Ep1. 나의 이야기, 행복한 가족

by 김희선

우리 집은 늘 월세방이었다.
‘가난’이라는 단어, 누군가에겐 무겁고,
누군가에겐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우리 집은 가난했다.


내 이름이 붙은 방은 한 번도 없었다.

잠깐이지만 재개발 지역의 판잣집 같은 집에서
살기도 했다.


어릴 땐 무엇이 가난인지도 몰랐다.
창피하지도 않았고,
그저 내 삶의 일부였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가난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셨지만
내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셨고,
나는 갖고 싶은 걸 참는 게 일상이었다.


그 시절,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하길 바라셨다.
아니면 전문대를 졸업하고
가족을 도와주길 원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기대를 모른 척했다.

그때 내게 허락된
유일하고도 큰 ‘사치’는
4년제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낭만이었을 그 시절,
나에겐 늘 차비만 겨우 들고 다니던 하루하루였다.
더운 여름날, 자판기 음료 하나
마시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누르며…

등록금을 제때 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졸업은 했다.


부모님의 다툼은 늘 ‘돈’ 때문이었다.

그때는 생각했다.
“돈만 있으면, 부모님도 싸우지 않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른이 되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만큼 가난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여전히 싸우셨고,

그건 결국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 부모님의 싸움을 보면서 불안하게 자랐지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한 가정’을 꿈꾸게 되었다.

학교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기다려지는 집.
힘든 날, 조용히 기대어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어느 곳보다 안전한 장소.

나는, 그런 가족을 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