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들 한번씩은, 그런 옷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걸 입고 어딜가지' 혹은 '내가 무슨 이런 옷을 입어'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 마음 한켠에서는 '이거 너무 예쁘다', '이런 옷 한번 입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옷.
그래서 오늘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언제 이런 옷을 입겠어- 했는데 진짜 입을 날 오더라 하는 이야기이다.
때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어느날 집주인할머니가 쇼핑을 같이 가지 않겠냐 물으셨다.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그러고마 했고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멋쟁이로 명성이 높다) 할머니는 나를 시내 한켠에 숨겨진 아울렛으로 데려가셨다. 빽빽하게 걸린 옷들을 구경하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옷이 하나 있었으니- 드레스 같은 원피스였다. 원피스는 원피스인데 칵테일 파티에나 입고갈 법한, 짙은 파란색의 새틴으로 된, 정말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만들기라도 한 게 아닌가 싶은 옷이었다.
이탈리아에 가서 패션 공부를 한다고 막 그런 파티에 초대받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패션 공부하는 애들이 몇명인데... 그냥 한국에서 대학교 다니던 시절처럼 맨날 틀어박혀 스케치를 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과제가 정말 많고 연습할게 많아서 학기 중엔 여행은 무슨, 밤을 새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여튼 그래서 그런 드레스를 사봤자 입을 일은 없었다. 그래도 가격표를 확인했다. 35유로였던가. 대충 5만원. 입고 거울을 봤다. 마음에 든다. 고민을 한다. 돈을 떠나서, 입지도 않을 옷을 살 것인가?
아울렛을 나오는 내 손에는 결국 그 옷이 들려있었고, 그 옷은 한동안 예상했던 대로 옷장에 고이 걸려있었다.
그러다가 졸업이 가까워졌을 쯤, 갑자기 학교에서 졸업 패션쇼를 모로코 몬테까를로의 5성 호텔에서 한다고 공지가 떴다. 쇼가 끝나고 나는 세상에 언제 입나 했던 그 옷을 입고, 마법에 홀린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런' 옷을 발견하면 너무 비싸지 않다면 사게 되었다.
언젠가는 꼭 그 옷을 입을 일이 생기고, 그 옷은 마법같은 순간을 만든다.
그리고, '마법같은 순간이 생길지도 모른다'라는 가능성만으로도 행복해지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