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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Sep 07. 2024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구입부터

엄마 둘,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하다


참새는 대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다.

둘 다 1학년을 마치고 전과를 했다.

새로운 과에서 인사를 하던 날, 우리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빨간 머리 앤>에서 앤이 다이애나에게 바랐던 영혼의 단짝 친구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참새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작년 8월, 30분 만에 봄과 여름과 나, 셋이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던 바로 다음 날, 참새가 우리 집에 왔었다.

삼십 년이 넘은 친구 사이지만, 참새가 우리 집에 와서 잔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참새는 봄의 사직을 안타까워했으며, 우리의 갑작스러운 여행 계획을 자기 일처럼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봄과 여름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나를 몹시도 부러워했다.

자기는 한 번도 유럽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럽 여행 어렵지 않아. 일단 비행기표를 사! 그러면 여행이 어떻게든 될 거야.


비행기표를 어디서 사야 해? 너는 어떻게 표를 샀어?


마일리지를 썼지. 너 마일리지 없으면 가족 마일리지를 합해서 써도 돼. 남편 해외 출장 자주 다니지 않나?


참새에게 항공사 앱을 깔라고 해서 가족 마일리지가 얼마나 있는지 봤더니, 세상에나 비즈니스로 세계일주를 하고도 남을 만큼 마일리지 부자였다!!!

(거의 다 참새 남편의 마일리지이긴 했지만)


참새는 나에게 둘이서 여행을 가자고 했다. 공연이나 전시도 보고 싶고 유럽의 도시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다길래, 무료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런던과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여행 목적지로 정했다.

마일리지 거지인 나는 우여곡절 끝에 유럽 평수기 왕복 비행기 발권이 가능한 7만 마일리지를 마련했다. 참새와 여행하라고 지지해 준 가을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었다.

봄과 여름이 함께하는 오스트리아 여행을 두 주 앞두고, 나는 일 년 뒤에 참새와 함께할 여행까지 예약하고 말았다.  


삼 주 동안 오스트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나는 참새를 다시 만났다. 여행지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빈의 음악회가 얼마나 근사했는지, 잘츠부르크는 어찌나 내 취향에  딱 맞았는지 자랑을 해대니까 참새가 유혹에 넘어왔다.

처음에 우리는 런던 입국, 바르셀로나 출국 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한 달 만에 빈 입국, 프라하 출국으로 표를 바꾸었다.

수수료는 전혀 들지 않았고, 유류할증료가 내려서 마일리지로 표를 구할 때 추가로 내야 할 돈이 오히려 줄었다.

한 끼 외식비가 생겼다며 신이 난 나에게 여름이 말했다.


여행을 안 가면 돈은 더 확실하게 절약될 텐데.


쉿!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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