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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1일] 당일 기록

똥 싸듯 끙!

by 연유

밤 11시, 배가 고팠다. 배달의 민족을 어슬렁거렸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모든 가게가 닫았고.

잠이나 자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는데, 미지근하게 촤-----

양수가 터졌다.


오... 오... 투명하구나... 살짝 피도 보여...


신랑에게 전화했다. '자기야, 깡총이 집 터졌어' '어? 얼른 갈게!'

병원에 전화했다. '선생님, 저 양수 터졌어요' '산모님, 샤워하지 말고 오세요'

오늘은 이상하게 생리통처럼 배가 아프더라니... 무거운 몸에 지쳐있던 터라 아이를 빼낼 생각에 설렜다.


신랑이 왔고, 그는 홀쭉해진 내 배를 보고 놀랐다. 양수가 터지자 배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가 짐을 싸는 동안 나는 마지막 만찬을 먹었다. 38주 3일이었다.




새벽 1시 반,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멀쩡했다. 미미한 진통도 없었다.

그러나 환자복을 갈아입을 때 이제 곧 분만임을 실감했다. 팬티에는 온갖 분비물이 가득했다.


간호사가 내진을 했다. 질에 손을 확! 넣으셨다. 그렇게까지 깊게 넣으실 줄 몰랐다.

자궁문이 5cm 열렸다고 했다. 대기실에 있다가 10cm가 열리면 분만실로 가는 시스템.

막달에 유튜브로 출산 브이로그 몇십 개를 봤었다.

진통을 느껴도 1cm조차 안 열린 경우가 다반사던데, 나는 큰 통증 없이 절반이나 열린 것이다.


3시부턴 주기적으로 진통을 느꼈다.

연습했던 라마즈호흡을 했다. 후 후 후 하.... 후 후 하... 후 하 후 하...

진통은 점점 짧아졌고 세졌다. 그래도 할만했다.


4시... 진통을 이겨내려고 침대를 잡아 뜯었다.

소리 지르는 건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고 연습한 호흡만 반복했다. 후 하아아아아아아


새벽 5시... 간호사가 이제 분만실로 들어가자고 했다.

분만실엔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그즈음 나는 스스로 괴성을 지르며 포효하는 괴물이었는데

평화로운 클래식과 그렇지 못한 나...


"진통이 최고조일 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힘을 주세요"

"네!!! 스으읍, 햐-아아아아아아-악"


어느 유튜버가 본인의 순산 후기를 들려주며 갈비뼈-배-질에 순서대로 힘을 주라고 했다.

속으로 갈비뼈 배 질... 갈배질... 갈배질... 뇌까리며 힘주기를 반복했다.


"2% 부족해요... 아 그게 아닌데... 다시!!!"

"끙........"


갈수록 힘은 떨어지는데 통증이 극으로 치달았다.

무섭다. 외롭다. 내가 몇 번의 힘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아니아니 똥 싸듯 힘을 주셔야 해요"

"똥이요? (아 몰라 똥 싼다 빵! 빵! 빠아아앙!!!)"


나는 똥 싸듯 힘을 3번 줬고

5시 30분, 깡총이가 세상에 나왔다.


간호사가 내 품에 아이를 안겼다.

태동에서 느꼈던 움직임 그대로였다. 초음파보다 잘생겨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빠르게 순산해서 어리둥절했다.

아우... 갈배질이 아니라 갈배항이었어... 똥싸듯 '항문'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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