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과 장군은 같다.

by 오그러네

나는 부동시다. 오른쪽 눈은 -3.0 디옵터, 왼쪽 눈은 -6.5 디옵터. 실제로 안경을 끼지 않으면 좌우 시력의 차이로 시각 균형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어렸을 적에 책을 볼 때 한 쪽 눈을 감고 보곤 했어서, 안과에 가서 부동시였던 걸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엔, 대학생 일반이 거의 불순집단으로 여겨졌는지 그 어떤 악조건을 가졌어도 모두 ‘현역징집대상‘이었다. 나도 물론.


입영 통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공무엽서’가 왔다. ‘보충역 소집대상‘으로 바뀌었다. 80년대 초, 전두환 정부가 국민의 환심을 사 보려고 했던 짓 가운데 하나였다. 방위로 일년 소집되어, 한남동 지금 리움미술관 자리에 있었던 군부대에 배속되었다.


예비군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지단. 방위로 이병이었지만, 용산 지역으로 배정되는 방위병들의 복무장소를 배치하는 행정병으로 일했다. 당시, 이런저런 비리가 판을 치던 형국이라서.. 방위병 배치에도 더 편한 곳으로 가게 하려는 쪽지들이 사방에서 들어왔다. 선임병 가운데는 그런 청탁을 들어줬다가 영창에 가기도 했었다.


매 3주 마다 들어오는 신병들을 배치하면서, 그런 부탁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선임 방위병과 기간 장교들의 압박도 견뎌가며 그냥 해야 하는 대로만 일했다.


어느 날, 지단장실에서 들어 오라고 연락이 왔다. 군기가 잔뜩 들어서 들어가 만난 지단장 대령은 내가 일을 잘 해 준 덕에 부대 표창을 받았다며 ’수고했다’고 했다.


포상 휴가 3일. ㅋㅋ 방위가 포상 휴가를 받는 게 흔하지는 않았을 터. 임상순 대령은 지금 어디 계실까.


말은 안 했지만, 같은 군인으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상대를 알아봐 주었던 그가 새삼 고맙다.


일병과 장군은 같다.

아니, 이병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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