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오지 않을 것 같을 때
꿀벌과 비슷하게 생긴 곤충, 꽃등에는 꽃의 꿀과 꽃가루를 먹으며 살아갑니다. 꽃밭과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어 '꽃등에(Flower Fly)'란 이름이 붙었죠. 꽃등에에겐 특기가 있는데, 제자리 비행하는 호버링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헬리콥터가 공중에 정지한 듯 떠있는 바로 그 모습입니다.
하지만 꽃등에가 허공에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사실은 날개를 초당 300회 이상 빠르게 움직이면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며 가장 달콤한 꿀에 다가간다죠.
우리도 때때로 꽃등에처럼 마치 제자리에 멈춘 듯하게 느껴지는 나날이 있습니다. 저에게 그 순간 중 하나는 2021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지 1년 여가 지날 때쯤이었습니다. 치열했던 20대를 지나고, 다소 안정적인 30대 초반을 보낸 뒤, 미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저는 늘 강력한 한 방이 없어 완벽한 결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마땅했습니다. 코로나가 쳐놓은 족쇄에 묶여 어떠한 변화 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하루, 한 달, 그리고 1년을 보냈습니다.
그때 만난 옛 직장 선배가 툭 던진 한마디. 잊히질 않습니다.
"너는 S&P500 지수 같아. 꾸준히 우상향 하는 그래프 말이야."
빈 말일까 봐서 저는 그 이유를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아나운서 선배의 눈에는 함께 스포츠 방송을 했던 후배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지경을 넓혀가는 '유망 종목'으로 보였답니다.
사실 그저 맡겨진 일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주어진 일을 소화하는 게 평범한 내 하루입니다. 학생이라면 등교와 하교를 반복하며 책상 앞에서 주어진 공부량을 소화하는 게 내 하루일 테죠.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그것만으로도, 단순히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나만 느끼지 못했 뿐, 꽃등에처럼 우리 나름의 날갯짓으로 그 자리를 버텼던 것이고 그 날갯짓을 통해 미세하지만 가장 좋은 꿀, 가장 좋은 지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던 겁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 선수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에 이어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역대 최다 메달을 기록한 지 며칠 안 돼 월드컵 경기에 또 나선 게 의외였는데 경기 후 인터뷰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나는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즐기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그래서 오늘 금메달은 내게 굉장한 보너스다.
강력한 한 방, 완벽한 결과만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가 참 초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저 즐기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지내봅니다. 변하는 게 없어서 지쳐 그만하고 싶을 때쯤 숨겨져 있던 굉장한 보너스가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