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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hhhye Aug 14. 2023

그런 말은 안 해도 되는데

넌 말로 사람 때리더라.



" 그놈에 말 좀 조심하라니깐. 왜 안 해도 되는 말을 해서 얘 빈정을 상하게 해 "



우리 엄마가 이모와 삼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말을 해도 않듣는다. 생각 없이 말부터 나가는 우리 집 식구들 덕분에 나의 화통이 뜨거워졌다 식었다를 빠르게 반복했다. 매번 식구들의 생각 없는 한 마디에 내 하루가 좌지우지되는 것도 싫었고 피가 섞인 식구들이니 이해해 보려 노력도 해봤다. '식구들은 힘들고 험한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이기에 그 세대를 버티려면 말도 험해질 수밖에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바꿀 수 없는 습관과 고집 앞에서 내가 눈 감기로 한 거다. 이젠 식구들이 나의 빈정을 쿡쿡 찌르는 말을 뱉으면 그냥 웃어버린다. 그러면서 속으론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은 안 해도 되는데 참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는 건 식구 들 뿐만은 아니었다. 많이 있었다. 타자가 빨라지는 걸 보니 아직도 그때의 화가 내 맘속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들으면 얼굴 붉어지며 반박하기 위해 나의 말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 하루는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해?"라는 분노로 하루를 망쳤고. 진짜 상처 입게 말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빙빙 꼬아서. 그런 사람들은 말을 할 땐, 입에서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퉤 하고 침을 뱉는 느낌이 든다. 정말 불쾌하다. 하지만 더 이상 얼굴 붉어지지 않기로 다짐한 올해의 나는 그저 웃는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 없다는 말이 진짜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확실히 말의 길이가 줄어들긴 했다. 다들 두 마디 할 거 한 마디하더라. 어이가 없어 그런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이 방법이 틀릴 수는 있지만, 난 그냥 웃을 것이다.



< 나의 화통을 뜨겁게 한 말들 >

"여자가 뭔 공부야 시집이나 잘 갈 생각 해야지"

"어리면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넌 생각이 없어도 해맑아 보여서 좋아"

"저러니 취업도 못하고 놀고 있지"



내 화통을 뜨겁게 달군 이야기를 차차 풀어보려 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화통을 달구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그렇담 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냥 웃어넘겼으면 좋겠다. 그런 말에 휩쓸려 나의 입에서도 거친 말이 나가는 것 또한 별로이지 않나. 그러니 웃으며 유연하게 피해 가자. 그가 아닌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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