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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l 12. 2018

죽음을 선택할 권리(2)

의사조력자살

 * 영화 <미 비포 유>의 내용이 있습니다.




 개인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할 때, 보다 까다로운 주제가 있다. 바로 의사조력자살이다. 조력자살이란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로, 죽음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존엄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치료를 중단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에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존엄사인 반면에 조력자살은 자연스레 죽음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둘을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구분하기도 한다.


 혹시 조조 모예스의 소설은 원작으로 한 영화 <미 비포 유>를 보았다면, 조력자살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 비포 유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남자와 그의 간병인이 된 여자, 두 남녀의 이야기다. 남자는 처음부터 안락사에 대한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은 간병 아르바이트로 뽑힌 여자 주인공을 만나 조금씩 변화한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전신마비가 된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의 마지막에서 스위스로 향한다. 스위스는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되는 유일한 국가로, 남자의 결심이 짧은 행복으로는 끝내 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할 것 만 같은 느낌으로, 꽤나 가슴 따듯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영화 <미 비포 유> 스틸컷


 자신이 원치 않은 사고를 겪고 다시는 전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일들은 모두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으며, 그 자신은 더 이상 세상에 살아 숨 쉬는 것에 대한 기쁨이 없다. 있다한들 고통이 훨씬 큰 상태이기에 편안한 죽음을 원한다. 그에게 자연스러운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는 억지로라도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그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끝까지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일까?

 

 단지 연명치료를 중단해서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존엄사보다 훨씬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면 조력자살의 권리도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는 나쁜 것이니 무조건 금지되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해서, 이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칸트의 자살에 대한 견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면, 그것은 생이 끝날 때까지 참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수단으로 이용되는 물건이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임마누엘 칸트 -

(마이클 샌델,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中)


 반면에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조력자살에 대해 '이성적인 죽음을 선택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의사의 도덕적 의무'라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존경받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듯하니, 인간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과연 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겠다.


임마누엘 칸트(좌), 프리드리히 니체(우) / 다음 백과


 모든 경우의 선택하는 죽음이 반드시, 무조건적으로 옳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복잡한 상황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존엄사와 달리 조력자살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고 있는 이유는, 생명만은 선택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인류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법은 그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조력자살이 가능할 때 사람들이 가진 생명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고, 마땅히 그런 결정이 가능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사조력자살이 과연 합법화될 수 있는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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