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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Aug 06. 2020

나흘간의 뮌헨 여행

여행하기 좋은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8월 4일

두피디아 여행기에 게재한 글입니다.

http://www.doopedia.co.kr/travel/viewContent.do?idx=200802000107228&mode=I



1. 뮌헨에 간 이유


유럽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는 독일이었다. 유럽 연합 내에서도 최선진국인 독일은 어떤 사회를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 안에서 시민들의 삶은 어떠한지 직접 보고 싶었다. 또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이나 홀로코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방식이 궁금하기도 했으며, 슈바이네 학센이나 슈니첼과 맥주 등을 비롯한 먹거리 덕분에 여행자로서 즐길 거리도 많은 듯 느껴졌다. 그래서 뮌헨에 가기로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동유럽 3국(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여행의 마지막 장소였던 프라하에서 멀지 않은 독일의 대도시였기 때문이었고, 또 뮌헨은 맥주 축제와 축구팀 FC 바이에른 뮌헨 덕분에 제법 익숙한 이름이기도 했다.


뮌헨에 도착해보니 도시가 깔끔하고 건물들은 고풍스러웠다. 또 시내에는 커다란 광장들이 여럿 있고 그 사이로 보행자가 걷기 편리한 거리가 늘어서 있어서 첫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뮌헨 시내의 거리들 

뮌헨 중심가에 위치한 몇 개의 광장 중 세 곳(마리엔 광장, 오데온 광장, 칼스 광장) 주변의 모습을 담았다.



2. 이자르강이 흐르는 영국 정원에서의 휴식


이름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독일 뮌헨에 왜 '영국 정원'이 있는 걸까? 이유를 찾아보니 단순했다. 조경을 영국식으로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글맵을 통해 짐작하기는 했지만, 직접 찾아가 보니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커서 정원이 아니라 거대한 숲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나무 아래 그늘에 누워 책을 읽거나, 수영복을 입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1700년대 후반에 이자르강 한쪽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었다는 영국 정원은 현재에도 많은 뮌헨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국 정원은 '도심 속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몇몇 지점에서 서퍼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중심부에는 비어가르텐(노천에 테이블이 있는 맥주 가게)이 있다. 영국 정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독일 시민들처럼 잔디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멋지고 편안한 곳이다. 이렇게 멋진 공원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하기 좋은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3. 뮌헨의 맥주와 먹거리


'뮌헨'하면 맥주다. 뮌헨 시내에는 몇 개의 유명한 레스토랑 겸 양조장이 있다.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 Munchen), 뢰벤브로이 켈러(Lowenbraukeller), 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Keller) 등이 대표적이다. 


세 개의 유명한 맥줏집 중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방문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음식인 슈바이네 학센과 1리터짜리 맥주를 주문했다. 나는 라거를, 일행은 흑맥주를 주문했다. 슈바이네 학센은 한국인 입맛에는 조금 짜지만 먹을 만은 하다. 맥주는 기분을 내보고자 1리터를 주문했지만 미지근해져서 차라리 500ml짜리를 두 번 시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호프브로이하우스는 개인적으로 음식은 대단히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거대한 연회장에서 먹는 듯한 분위기, 라이브 연주, 옆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들과의 '스몰톡' 등 밝은 분위기 덕분에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 됐다. 뮌헨에 간다면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



뮌헨에서 또 한 곳 기억에 남는 식당은 앤디스 크라블러가르텐(Andy's Krablergarten)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슈니첼과 마찬가지로 라거를 주문했다.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 슈니첼이 입에 잘 맞았다. 뮌헨에서 개발한 헬레스 라거인 슈파텐 뮌헨(Spaten Munchen)은 청량한 느낌의, 아주 깔끔하게 넘어가는 맥주였다. 식당에 딸린 작고 평화로운 정원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과 맥주를 먹었으니 부족함이 없는 저녁 식사가 되었다.




4.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뮌헨은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가 열리는 도시기도 하다. 10월의 축제라는 의미의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는 매년 9월 15일 이후의 첫 번째 토요일부터 10월의 첫 번째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찾아오는 옥토버페스트는 지구촌의 모든 축제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뮌헨의 6대 맥주회사를 비롯한 천여 개의 맥주 회사가 참여한다. 1800년대 초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느덧 200년이 넘은 전통 있는 축제기도 하다. 내가 뮌헨에 방문한 시기가 8월이라는 점이 심히 유감스러웠다. 아쉬운 마음에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장소라도 찾아가 봤다.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이미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 2020년 옥토버페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되었다.



5. 다하우 강제수용소(Dachau Concentration Camp Memorial Site) 


뮌헨과 같은 바이에른주에는 다하우(Dachau)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가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이지만, 다하우 강제수용소가 있어서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독일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다하우를 찾았다. 뮌헨 시내에서부터 수용소까지 모든 이동 시간을 더해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다하우 수용소는 나치가 세운 최초의 강제수용소다. 수용소 곳곳에서 ARBEIT MACHT FREI 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나치가 내세웠던 일종의 슬로건으로 흔히 '노동희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번역된다. 수용소에 강제로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키면서 자유를 들먹였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면서도 끔찍하다. 나치의 광기를 알 수 있는 문구다.



다하우 수용소는 과거 나치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한때 철거될 계획도 있었으나 논의를 거쳐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유대인 탄압을 자행했던 국가의 지난 범죄행위에 관해 몇 차례 사과한 적이 있다. 19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국가의 과오를 덮으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억하며 반성하는 모습은 독일을 조금 더 '진짜' 선진국처럼 느껴지게 한다.



뮌헨에서 다하우 강제수용소 가는 방법(2020년 8월 기준)

* 뮌헨 중앙역에서 S2 열차를 타면 다하우에 갈 수 있다.

* 다하우 기차역에서 다시 726번 버스를 타면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하차한다.

(하차 장소: Dachau, KZ-Gedenkstatte)


http://www.doopedia.co.kr/indiTravel/ojaehee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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