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개가 쪼르르 앞으로 달려가 전봇대에 코를 대고 킁킁댄다. 목줄을 잡은 50대 초반의 여자는 개가 앞으로 나아간 만큼 몇 발짝 쫓아가 그대로 선다. 개를 보지 않고 정면을 본다. 주변엔 차도 사람도 없다. 정적이 감도는 주택가. 개가 다시 쪼르르 다음 전봇대로 이동하고, 여자도 그만큼 정확한 거리를 움직인 후 멈춰 선다. 그리곤 다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여자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이상하리만치 큰 각도로 기울어진다. 최근 <기생수: 더 그레이>와 함께 다시금 <기생수>를 정주행 했는데, 인간의 무리 속에서 인간을 흉내 내며 생존해 가던 기생수들이 떠올랐다. 개를 산책시키는 인간을 따라 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는 실재하지 않을까. 웬만한 공포영화나 괴수물을 보아도 그때뿐이었는데, 이번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게 느껴졌던 건 처음이다.
2024년 4월 22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밤 10시 15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