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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un 27. 2021

공익 x끼들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술이 문제다 술이

본 이야기는 필자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느끼는 감정들, 맞닥뜨리는 상황들 그리고 그 상황들에서 느끼는 점들을 담담하게 적어갈 이야기들입니다. 철도공사와 관련한 보안사항은 다루지 않을 것이며 문제의 소지가 있을 시에 수정 및 삭제될 수 있습니다.



군인은 국가의 도구라면 사회복무요원은 민간인의 도구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이다. 

흔히 부를 땐 나라의 아들 다치면 남의 아들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 군인에 대한 말인데, 요즘은 오히려 부조리를 당하면 온 국민이 SNS 댓글로 앞다투어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지 않는가?

물론 사회복무요원이 하는 업무의 강도가 군인만큼 어렵지 않다지만, 최근에 느끼는 점으로, 민간인들에게 우리는 그저 서비스직이고 자신들을 대접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응당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나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지 않으며 엄밀히 말하면 부가세 정도는 내고 있겠지. 수많은 어른들처럼 아직 각박한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스무 살 초의 학생(이었던)이니까.


이 글의 제목, '공익 x끼들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는 실제로 복무 2개월 차 정도에 들은 말이다. 물론 좀 더 심한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걸 적었다가는 브런치 상단에 이름을 올리기는커녕 누가 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혼자서 야간 근무를 할 때였고 그날은 꽤나 많은 민원인의 호출로 바쁜 날이었다.

21시경, 어떤 한 시민이 '방금 승차장에서 어떤 커플이 지하철을 타다가 신발을 선로 사이에 떨어뜨렸는데 알고 있으셔야 할 것 같다'며 부스 문을 두드리셨다.


나는 이 사실을 역무실의 직원에게 바로 전달했고, 21시 30분경, 나는 비상게이트 호출을 통해 심상치 않은 호출을 들을 수 있었다. 


민원인 A 씨 : 신발 잃어버린 사람 지인인데 공익 좀 오라고 하세요.
나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충분히 짧은 호출 소리로도 나는 '아 이 사람 위험하다'를 느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애플워치의 녹음을 켜놓고 A 씨에게 다가갔다.


나 :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민원인 A 씨 : 아 제 친구들이 여기서 신발을 떨어뜨려서요.
나 : 아 네 이미 역무실에 한 차례 말해놓은 상태이고요. 역무실로 안내해드릴게요.
민원인 A 씨 : ( 말을 무시하고 승차장으로 향한다 )
나 : 고객님 역무실은 이쪽입니다.
민원인 A 씨 : 아니 신발 찾으러 가야 될 거 아니에요.
나 :??

아직 막차가 끊기지 않았음에도 선로에서 신발을 줍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상선 하선도 헷갈리고 무작정 내려가는 모습에서 '아 이 사람 지금 취했구나'를 직감할 수 있었다.


우선은 역무실로 안내해드렸고, 나도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민원인 A 씨는 지하의 역무실에서 마스크를 턱으로 내린 체로 통화를 한다.

한창 코로나 이슈인 상황에 마스크를 내린 채로 통화, 심지어 지하철 사무실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마스크를 올려주실 것을 부탁했다.

나 : 고객님 마스크 써주세요. 
민원인 A 씨 : ( 눈을 마주쳤지만 그대로 통화한다 )
나 : 고객님 마스크 써주시겠어요?
민원인 A 씨 : ( 다리를 꼬며 ) 아 알았어요 쓰면 되잖아요. 왜 두 번 말하세요?


민원인 A 씨는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후에 들은 말로는 내가 예의 없는 표정으로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고 말하더라. 물론 나는 마스크를 코 위까지 착용하고 있었으며 그가 내 표정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나는 '못 들으신 것 같길래 한번 더 말했다'라고 말했으며, 여기서 부터는 피의자 A 씨라고 말하겠다.


그는 고성을 치며 '야!' 라던지 '쓰면 되잖아아!' 혹은 '너 이리 와봐!' 라며 고성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녹음을 하고 있었고, 녹음을 하고 있다며 A 씨에게 고지를 했다.

그러자 그는 더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참고로 그는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으며 후에 알기로는 나와 9살 차이 정도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자기보다 어린놈이 예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직원에게 나의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며 더 고성을 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신발을 보기 위해 내려가는 길에 그 말을 들어버렸다. '공익 x끼들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그 후에 그 사람은 나를 밀쳤고, 함께 온 지인 두 명은 어떻게든 나와 직원에게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필사를 다했다. 직원의 얼굴이 빨개졌다며 측정해본 알코올 측정기에서 한순간 18% 농도가 나왔다며 흥분한 이야기(바로 전 날 교환한 알코올 측정기였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1% 넘는 일도 있을 리 없으며, 그저 체온계를 처음 킬 때에 생기는 오류 같은 것이었다), 앞모습으로는 죄송하다며 사정하던 모습이지만 뒤로는 내가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며 열심히 영상을 찍었다는 이야기나 본인이 보험설계사라는 이야기를 굳이 함으로써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지 말라는 느낌을 받았던 이야기 등등은 도저히 PTSD가 와서 더 적을 힘이 없다. 


같은 남자로서 나라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있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이해해줄 만도 한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날 잠에 들 때나 그 뒤로도 그에게 들었던 말들은 계속해서 내 귀에 맴돌았고 1주일 동안은 힘들었던 것 같다. 물론 법적으로 그와 나는 합의를 보았고, 그 합의의 중요한 부분은 '대면 사과'였다. 녹음했던 것들을 다시 함께 들으며 나는 하나하나 사과를 받았다.




다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고 나는 더 이상 그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같은 동네 사람, 같은 국방 의무자, 같은 사람으로서 이런 대우를 당하고 있음에 괴로웠고, 오히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70세 정도 되어 보이시는 어르신께서 취하신 상태로 억지 민원을 넣으시며 '내가 전직 공무원이여! 너희 모가지 다 날아가게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오히려 희망적이다. 제발 이곳에서 저를 날아가게 해 주세요.


이 사건에 얽혀있는 정말 수많은 결점과 아쉬운 점들이 너무나 많지만 기밀이라고 치고 더 이상 적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이 이상 적었다가는 브런치 글이 아닌 내 푸념 글이자, 언젠가 내가 유명해졌을 때, 코레일에 불려 갈 것 같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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