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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Jan 27. 2023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위안부 합의 때보다 반발 크다

12.28 위안부합의, 제3자 변제, 한일관계


1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주관하고, 김상희, 조정식, 김경협, 홍익표, 박정, 이재정, 윤영덕, 이수진(비례)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한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라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1월 12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즉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의 해법에 대한 피해자 쪽과 시민사회의 대응 성격의 토론회였습니다.


저도 여기에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을 했습니다. 저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2015.12.28) 검토 티에프' 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당시의 위안부 합의와 이번에 나온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비교하는 토론을 했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하자면, 내용에서  위안부 합의 때보다 크게 후퇴한 모욕적인 안일 뿐 아니라, 신문 논조와 국민여론에서도 위안부 합의 때보다 훨씬 반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한 토론문을 붙여 놓겠으니, 읽어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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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와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강제 동원’ 해법 비교> 토론문


                  오 태 규/전 한일위안부 티에프 위원장, 전오사카 총영사


저는 2017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2015.12.28) 검토 티에프’ 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와 지난 1월 12일 윤석열 정부가 처음 공개한 강제동원 해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합의 및 해법에 대한 여론 동향과 내용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내용에 관해서는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께서 앞에서 발제를 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하셨기 때문에, 저는 내용은 뒤로 돌리고 먼저 여론 동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여론 동향은 언론의 논조와 여론조사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언론의 논조는 여론을 만들고 선도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는 국민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먼저 1월 12일 정부의 강제징용(강제동원) 해법 공개토론회 이후의 중앙 10개지 사설의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10개 중앙 일간지의 강제징용 해법 관련 사설(1월 13일자) 비교> 


신문사


사설 제목


비고


경향신문


한국기업이 돈 내는 강제 동원 해법, 밀어붙여선 안 돼


정부안 반대


국민일보


강제 동원 문제 풀려면 피해자와 일본 더 설득하라


정부안 미흡 지적


동아일보


관련 사설 없음


무시


서울신문


관련 사설 없음


무시


세계일보


일 사죄 없고 가해 기업 빠진 강제 동원 해법 안 된다


정부안 반대


조선일보


정말 어렵게 나온 ‘징용 배상’ 해법, 일본도 호응을


정부안 지지하며 일본의 호응 촉구


중앙일보


관련 사설 없음


무시


한겨레


‘한일관계 조급증’에 강제동원 피해자 뜻 외면 말아야


정부안 반대


한국일보


국내기업 강제 동원 배상금 대납, 이것이 창의적 접근인가


정부안 반대


문화일보(석간)


징용 대위변제, 현재 미래 위해 불가피하다


정부안 지지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지지했을 뿐 나머지 신문들이 대다수 정부안에 반대했습니다. 조선, 문화와 함께 보수 4총사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아예 사설을 쓰지 않은 게 눈에 띕니다. 사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지도 반대도 할 수 없는 곤혼스러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에 견줘 중도적인 <한국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중앙 10개지의 사설 동향을 보면, 압도적으로 정부안에 반대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엔 시간을 7년여 전으로 돌려 12.28 위안부 합의 발표 다음 날의 중앙 10개지의 사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때는 표에 보시는 바와 같이 진보성향의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신문이 합의를 지지했습니다. 이번에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사설을 쓰지 않은 <중앙일보>가 그때는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각 언론사가 12.28 합의에 비해 1.12 강제동원 해법을 얼마나 싸늘한지 엿볼 수 있습니다.


  <국내 10개 중앙 일간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사설(2015.12.29.)


신문사


사설 제목


비고


경향신문


위안부 합의에 설득되지 않는 시민과 정부의 책임


비판적 반대, 합의 내용의 미흡함 지적


국민일보


위안부 합의, 일본의 이행과 양국 국민설득이 관건


비판적 지지


동아일보


‘법적 책임’ 없이 ‘일정부 책임’으로 위안부 합의 끝냈다


비판적 지지


서울신문


한일 위안부 문제, 앙금 걷고 미래로


비판적 지지


세계일보


피해자 할머니 위로와 설득,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비판적 지지, 할머니 설득 보완 요구


조선일보


동북아 정세 급변 속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와 우려


비판적 지지, 국제정세상 불가피한 점 강조


중앙일보


한일 양국은 이제 앞으로 보고 나가자


적극 지지


한겨레


‘역사 정의’ 배반한 ‘위안부 굴욕외교’


적극 반대


한국일보


위안부 후속 실무회담에서 우려 최소화해야


비판적 지지


문화일보


사설 다루지 않음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정부 쪽에서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고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출연의 전제 조건’ 등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신문의 논조도 강경해집니다.


12월 30일, 31일자 각 신문의 사설 제목을 보면,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이 일본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사죄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의 의도였나’(경향, 12/30) ‘일 망동 없어야 위안부 합의 이행 가능하다’(서울, 12/30) ‘한일 양국 각각의 ’위안부 합의‘ 흔들기를 경계한다’(한국, 12/30) ‘위안부 협상 타결이 한일 정상에 남긴 숙제’(중앙, 12/30) ‘박 대통령, 늦기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 껴안고 설득해야’(동아/12/30) ‘소녀상 처지 닮아가는 할머니들’(한겨레, 12/30) ‘일 정부 위안부합의안 관련 발언 신중치 못하다’(국민, 12/31) ‘위안부 합의 성패, 설득과 진정성에 달렸다’(중앙, 12/31) ‘일이 ’위안부 책임 사과’ 부정하는 순간 합의 파기 선언해야‘(조선, 12/31)


다음은 여론조사를 보겠습니다.


먼저 위안부 합의 이후 여론조사를 찾아봤습니다. 2016년 1월 첫 주(1월 8일 발표) 캘럽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는 이미 미디어에서 많은 비판을 쏟아낸 터여서 국민 여론이 크게 영향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잘 됐다는 응답이 26%나 됩니다. 잘못됐다는 의견은 54%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1.12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여론조사입니다. 같은 갤럽 여론조사를 찾아봤으나 2023년 1월 셋째 주(1월 20일 발표)에는 해당 문항이 없었습니다. 갤럽이 이 문항을 왜 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신 같은 날 발표한 <문화방송>(코리아리서치 조사)과 <한국방송>(한국리서치 조사)를 봤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쪽이 <문화방송>, 아래쪽이 <한국방송> 조사입니다. <문화방송> 조사에서는 22.9%가 정부안을 찬성(반대는 63.7%)하는 것으로 나왔고, <한국방송> 조사에서는 찬성 33.3, 반대 59.6으로 나왔습니다. 


두 방송사의 여론조사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질문의 차이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방송> 조사에서는 ’양국 관계 회복‘이라는 어구를 포함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찬성과 반대를 물은 <문화방송>의 조사가 위안부 합의 때의 갤럽조사 문항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비교하면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위안부 때보다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론 동향 비교를 정리하면, 미디어 논조뿐 아니라 국민 여론에서도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반대가 위안부 합의 때보다 강합니다. 정부가 정부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위안부 때보다 반발이 클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다음은 내용 비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이국헌 대표께서 자세하게 비교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간략하게 제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인권 피해에 대한 해결은 피해자 중심적인 해법인가 아닌가에 평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이 위안부 합의 실패가 준 가장 큰 교훈입니다. 그래서 강제동원 해법에서도 피해자 중심 접근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봅니다, 피해자 중심 접근은 흔히 피해자 중심 접근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피해자 절대주의‘인 것처럼 매도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피해자 중심 접근은 전시하 인권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국제사회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축적해온 규범으로 가해자의 책임 인정, 사죄, 처벌, 배상, 교육, 기억 등의 조치를 포함하는 해결 방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책임, 사죄, 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12.28 위안부 합의 때는 형식적으로나마 책임, 사죄, 배상의 삼 요소를 포함하는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정부의 책임과 총리의 사죄, 그리고 치유금 명목의 금전 조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이런 조치는 가해국인 일본이 일반적인 주고받기식 외교 협상처럼 우리 정부에 불가역적 해결 보장, 소녀상 이전 노력, 국제무대에서 비난 자제, 정대협의 반대 활동 억제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과적으로 균형을 잃은 나쁜 합의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1.12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가해자 쪽인 일본 정부 및 기업이 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고, 피해자인 우리 쪽만 일방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최악의 방안입니다. 성적을 매긴다면 0 대 100의 완벽한 외교적 패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 방안이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가해자인 일본 정부 및 기업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앞장서 지워주는 ’책임 세탁‘ 방안이라는 점이 가장 치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피아는 검은돈을 합법적으로 바꾸는 돈세탁을 할 때 자기 책임으로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피해자의 손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털어주는 ’책임 세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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