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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pr 08. 2020

(여자)아이들 - Oh my god 뮤직비디오 해석

*주관적인 해석이며, 원작자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동성애와 종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직비디오 리뷰나 해석은 처음인데, 이번 (여자)아이들의 신곡 'Oh my god' 뮤직비디오가 너무 흥미로워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시작하기 전, 뮤직비디오 전반을 관통하는 색채와 선악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출처: https://twitter.com/G_I_DLE

위 두 장의 이미지는 (여자)아이들의 이번 앨범 'I TRUST'의 컨셉 비주얼이다. 검은색 옷차림의 왼쪽 이미지는 'True' 컨셉, 하얀색 옷차림의 오른쪽 이미지는 'Lie' 컨셉이며, 해당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검은색은 진실, 흰색은 거짓을 의미한다. 

'Oh my god' 뮤직비디오 속에서 진실은 검은색으로 표현되며, 또한 이는 악, 그리고 동성애를 상징한다. 거짓은 하얀색으로 표현되고, 선과 이성애를 나타낸다. 물론 현실에서는 동성애와 이성애 둘 다 선악과 무관하지만, 종교적으로 동성애는 금단의 사랑이니, 뮤직비디오 속에서 악과 타락하는 자로 보여진다. 또한 통상적으로 동성애를 의미하는 보라색, 그리고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도 뮤직비디오 내에서 메타포로 사용되었다.


선 = 하얀색 = 거짓 = 이성애

악 = 검은색 = 진실 = 동성애

보라색 = 동성애

빨간색 = 사랑



뮤직비디오는 어디론가 끌려가는 민니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민니는 악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큰 인간이며, 그로 인해 뮤직비디오 안에서 끝까지 혼란스러워하고 고통받는다. 악에 물들지 않으려는 굳건한 마음이 하얀색 실로 땋은 머리카락에서부터 느껴진다. 진실을 말하는 검은 머리카락과, 그걸 숨기려는 하얀색 실.


그대로 빨려드네, 라는 가사가 깔리고 붉은 액체가 가득 차오르는 와인잔 안에 가둬진 앵글의 민니.

이는 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민니의 모습을 상징한다.

진실된 사랑을 외면하고 싶지만, 결국 그 사랑 안에 갇히게 되는 운명.


이미 타락한 자인 소연은 하얀 옷을 입은 거짓된 모습으로 민니를 악마에게 인도한다.


소연이 이끄는 대로 민니는 악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직 타락하기 전인 우기는 불안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소연을 유혹하고 있는 악마 수진을 마주하고 호기심을 느낀다.


여기서 우기가 "이성을 깨부수고"라는 가사를 말하는데, 이는 '이성애'를 깨부수고 동성애를 선택하게 된다는 이중적인 표현 같기도 하다.


미연은 선한 신으로서, 높은 단상에 앉아 모든 것을 관망한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한 신은 인간의 선택에 관여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이며, 때로 그 자유를 위해 기꺼이 선택지를 제공한다.


하여 미연은 금단의 사랑이 들어있는 잔을 떨어트리고, 잔에서는 붉은 액체가 쏟아진다.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잔이 떨어진 자리에서 타락하기를 선택한 소연이 그와 함께하는 악한 자들과 함께 나타나고,


붉은 액체에서는 불꽃이 튄다.

이 부분은 뒤에 나오는 가사 "불꽃처럼 강렬하고 데일만큼 사랑하고"와 이어지며, 또 Oh my god의 영어 버전 속 아래 가사와도 연결된다.


We get close the flames get higher

Nothing can put out this fire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불꽃은 더 높아지고

그 무엇도 이 불길 속에서 꺼내 줄 수 없어


그리고 그 붉은 액체는 민니의 얼굴을 뒤덮고,


민니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흰색(거짓)과 검은색(진실)이 뒤섞인 민니와 댄서들의 씬이 그 혼란스러움을 보여준다.

 

모두를 타락으로 이끄려고 하는 악마 수진은,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신(미연)의 자리 앞에 앉아있다.


수진은 동성애를 상징하는 보라색 천을 휘감고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며, 자신이 쫓고 있는 그 금단을 상징하는 보라색 끈에 묶여있다.

악에 맞서는 선한 신이 아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연이 가시덤불 속에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뮤직비디오 내에서 이 가시덤불에 서있는 사람은 소연과 슈화 둘 뿐이다. 둘은 동일 인물이고, 슈화가 타락한 모습이 소연이다.

소연은 가시덤불 속에서 자신의 죄를 고하고 신을 원망한다. 왜 그런 선택지를 주어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지.


Oh god 어찌 저에게 이런 시험을 줬나요

Is it a call from hell?


어떻게 그녀를 빠져나갈까요, 라는 가사에 맞추어 흑백으로 전환된 화면 속에서, 소연은 악마(수진)를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 소연은 이미 수진을 만나 타락했고, 그녀에게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미연은 자신에게 몰려온 수진의 추종자들로 인해 자리를 위협받아 불안해하고,


결국 추락하고 만다. 신의 자리는 이제 악마가 차지하게 된다.


신이 몰락함에 따라, 끝까지 선을 지키던 우기도 추락한다.


꽃이 붉게 타들어가 불꽃이 되고,


악에 물든 붉은 눈의 우기.


불꽃처럼 강렬하고 데일만큼 사랑하고

결국 너를 품으니 난


신(미연)조차 타락하자, 수진을 옥죄고 있던 보라색 끈이 풀린다.


그리고 보랏빛 조명 아래 타락한 신, 미연이 보인다.


손은 진실을 향해 가는데 여전히 거짓을 말하고 싶어 하던 민니는, 결국 검게 탄 진실의 손으로 스스로를 쏘게 된다.


민니는 결국 붉은색과 맞닿고, 검은 피를 흘리며 진실과 마주한다.


하얀색 선악과를 든 수진.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게 했던 뱀처럼, 사람들이 타락하도록 유혹하는 수진을 상징한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흰색은, 성서에서 선악과를 먹었던 아담과 이브는 이성애에 눈을 떴지만, 수진의 세계에서 이성애는 거짓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소연이 타락하기 전 모습의 슈화는 '짙은 보랏빛'으로 자신을 물들이고,


소연과 마찬가지로 가시덤불 속에서 신에게 죄를 고한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사랑에 빠지겠다고.

수진은 자신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슈화에게 속삭인다.

Ab Imo Pectore,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이 장면 이후에는 보라색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이 세계는 수진의 손에 들어왔으며, 이 곳에서 더 이상 동성애는 특별한 색으로 규정될 필요가 없어졌다.


다시 화면은 흑백으로 전환되어 소연이 수진을 만났을 때로 돌아가고, 소연은 홀린 듯이 수진에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수진이 슈화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멀어지자, 슈화의 얼굴이 소연으로 변한다.

슈화와 소연, 둘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완전히 타락하여 붉은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소연.

소연이 외치는 신은 더 이상 미연이 아니다.


이제 이 세계의 신은 수진이다.


미연(신)을 모시던 단상은 모두 무너지고, 새로운 십자가 속에서 타락한 이들이 함께 춤을 춘다.


자신을 속박하던 보라색 끈에서 벗어나고, 백색의 신(미연)까지 타락시킨 수진이 까맣고 붉은 차림으로 서있다.

짙은 붉은색 사랑이 빨간 꽃잎으로 흩날리고, 그 중심에 당당히 선 수진.


하얀 배경(거짓말) 속에 웅크린 민니.


얼굴에 새겨진 수진의 속삭임, Ab Imo Pectore.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민니 역시,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타락하여 붉은 진흙탕 속으로 빨려 든다.




뮤직비디오의 전반적인 컨셉까지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이 모두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게 메타포로 가득한 영상을 작업해냈는지 정말 대단하다.


뮤직비디오의 장면과 가사가 연결되는 부분도 흥미롭지만, 이번 앨범의 수록곡 '사랑해' 그리고 'Maybe'와 타이틀곡 'Oh my god'이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내용인 것도 재미있다. 역시 노래하는 본인이 곡 작업을 하면 이렇게 통일된 감정을 가져갈 수 있어서 듣는 사람도 즐겁다.


여성 아이돌이 어찌 보면 마이너할 수 있고, 또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의 곡을 들고 나와서 놀랐다. 이렇게 자기 음악과 색깔을 망설이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전소연은 정말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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