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만의 재도전 끝에 작가가 되다.
두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기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본격적으로 나의 글을 써나가기 전에 왜 나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는지 셀프점검을 하고자 한다. 고찰 겸 마음다짐이랄까?
평상시에 글을 많이 쓰는 다작(多作)가는 아니지만, 한번 특정 주제에 꽃히거나 뭔가 머릿 속이 복잡해질때 일단 뭐라도 써내려가는 편인 나란 사람. 글 쓰는 것 자체에서도 만족감을 느끼긴 하지만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편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곤 했다.
그 즐거움을 알게해 준 곳은 #트레바리 라는 독서모임으로, 매 달 최 소 한 편씩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정리하는 독후감을 쓰게끔 강제(?!)하고 - 독후감을 안 쓰면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가 없다 - 모임할 때 서로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는 곳이다. 매번 책의 주제는 다르게 선택하는 편이지만 이 독서모임 플랫폼을 이용하여 책읽기/독후감 쓰기를 스스로에게 강요한 지 4년이 되었는데, 타인으로부터 '글을 꽤 잘 쓰시네요'라는 피드백을 종종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쓰기에 더욱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즐거움의 요인이 외부인의 칭찬이라는 점에서 '넌 글쓰기를 진정 즐기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누군가 비난할 수는 있으나 어찌하겠는가, 잘한다고 하면 괜히 신이 나는게 나인 것을.
그러나 오해하지는 말라. 글쓰기에 더 큰 재미를 느낀 포인트는 (능력치에 대한 칭찬 - 진심인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 도 부정하지 않겠으나) 글을 통해 내 생각을 꽤나 정확하고 조리있게 남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회사 HR 에서 진행한 워크샵에 참여하여 #CliftonStrenghts 툴을 활용한 나만의 강점 찾기를 진행했는데, 나의 강점 1순위로 나온테마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커뮤니케이션 이었다.
(출처: CliftonStrengths 강점보고서. 번역이 어색하긴 하지만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큰 이상은 없다)
- 당신은 대개 자신의 생각을 쉽게 말로 표현합니다. 당신은 대화도 잘하고 발표에도 능합니다.
- 자신의 강점으로 인해 당신은 때때로 공유할 특별한 이야기나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대화에 참여하고는 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길 것입니다. 당신은 대화가 새로운 정보의 귀중한 출처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당신은 특정한 개인과 함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룹 토론에 참여할 때는 토론에 무엇인가를 추가하려고 시도합니다.
- 많은 경우 당신은 때때로 사람들을 그룹 대화에 참여시키고는 합니다. 당신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당신의 낙관적 태도와 타인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인정하는 자세는 대화를 활기차고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주의: 당신은 화술을 타고난 데다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성향이므로, 자신도 모르게 토론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의견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십시오.
+) 사족: 나의 강점찾기라던지 MBTI라던지... HR 혹은 심리학에서 만들어둔 기제들을 활용할 때마다 뭐랄까... 산업사회의 대조직에 맞는 부품형 인간을 판단하는데 유용한 툴이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 거부감이 들긴 한다. 보고서의 해석도 조직/집단 내에서의 나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고. 그래도 내가 대략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가볍게 확인하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회사가 해주긴 해서 별 생각없이 참여했지만 이 툴도 엄청 비싸겠지...?)
여전히 화술에 높은 평가가 나오긴 했는데...이런 평가는 철저히 내 설문응답에 반응하는지라 좀 비꼬아서 바라보기로 했다. 음, 확실히 내 생각을 '말'로 남에게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편이긴 해서 대화/소통의 유희를 즐기는 편이긴 했다. 그런데 30대가 된 이후부터는 점점 말로 하는 대화 능력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나에게 다가온 수단이 바로 '글'이었다. '말'이나 '글'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에서는 동일하니까. 사진/동영상 등 요즘 뜬다는 공유 매체들은 많지만 그쪽 분야는 내 전문이 아니기도 하고, 사진/동영상을 통해 내 개인 신상이 확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글로 정제해서 의견을 교류하는 편이 (익명성의 가면 하에 날것의 언어가 난무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좀 더 안전하기도 하고.
온라인 상에 글을 작성해서 여러사람들과 소통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여러 블로그 플랫폼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1) 네이버 블로그 와 (2) 브런치 이 두 가지로 선택지가 압축되었다.
(1) 네이버 블로그: 대학교 때 기자단 활동 등등을 하느라 2011년도에 개설한 나의 블로그. 이미 만들어 두기도 했고 별다른 제약 없이 게시물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글만 쓰면 되는 상태.
(2) 브런치: 플랫폼에 가입한 건 2019년인데 플랫폼 자체 심의에서 통과한 사람만이 글을 publish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플랫폼이기도 하고 잘 하면 책까지 출판할 수 있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
마침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워낙 결혼식 관련 아는게 없던지라) 이리저리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검색을 하던 찰나였는데, 내 결혼 기록도 온라인 상에 남겨 놓으면 나중에 찾아보기 좋을 것 같아 #결혼준비기 를 주제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주제로 (2) 브런치 작가에 1차 도전하였다.
결과는 "Sorry"...........
지금 생각해보니 #결혼일기 라는 주제는 이미 브런치 내에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아서 희소성이 떨어지다보니 탈락시키지 않았나 싶은데, 당시에는 나름 마상을 입어(?!) 작가 재도전을 하지 않고 바로 (1) 네이버 블로그 를 통해 결혼준비 과정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결혼준비와 관련된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더욱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예비신부들의 댓글 반응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결혼준비를 해서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한 예신들의 댓글이 많이 달려 서로 위로해주고 정보 공유를 하면서 글쓰는 재미가 더욱 커져갔다.
두 번째, 결혼식이라는 것이 인생에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 큰 돈을 쓰는 이벤트이다 보니, '돈'과 연결된 제안들을 많이 받게 되었다. 이리저리 사은품 한번 받아볼까 싶어 몇 개 업체 (물론 #내돈내산 이다)의 후기를 남긴 이후 결혼준비 관련 업체들의 협찬 문의에서 부터 #블로그대행 #블로그광고 문의 등을 다양하게 받게 되었다. 나름 내 글에 대한 기준과 가치가 있어 그런 제안들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지만, 그런 문의가 계속 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것이 바로 블로그로 돈을 버는 방법인가!
세 번째, 블로그 조회수가 높아지다보니 네이버 측에서 아얘 광고제안이 왔다. #에드포스트 라고 내가 올린 글의 속성에 맞는 업체 광고를 연결하여 포스팅 하단에 노출되는 방식인데, 이 정도는 내 글의 진정성을 해치는 수준이 아니라 생각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그 업체에 호의적인 글을 써주는것과, 그냥 내 글의 주제에 맞는 키워드 광고가 붙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 애초에 많은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몇 달에 한 번씩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조금씩 수익이 쌓여있어 뿌듯하긴 하다.
+) 사족: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으로 #소비재회사 #마케터 를 하고 있는 나 역시 이런저런 온라인 광고 집행을 많이 하는데 (블로그 체험단 포함), 광고주로서 바라보는 블로그와 참여자로서 바라보는 블로그가 사뭇 다르긴 하더라. 그러나 돈을 받고 쓰는 글에 진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지.
결혼일기를 통해 블로깅의 묘미를 알아간지 어연 1년, 이와 별도로 내 인생에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꿈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내집짓기 . 여기서 말하는 내 집은 단독 주택을 의미하고, 타운하우스 등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집의 요소를 하나하나 다 선정하여 올리는 것을 말한다.
내집짓기에 대한 꿈은 매우 막연하였다. 유니콘과 같은 상상의 존재였다고나 할까? 그저 내 명의의 아파트 한 채를 갖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팅했던 20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3년 전 정확히 '내 집 짓기'라는 주제 하의 독서모임에서 (이 모임을 주관하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어느새 내 집의 이상은 가족의 색이 묻어나는 주택의 형태로 진화해 있었다.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되었는데 어머나, 시아버님도 같은 집짓기의 꿈을 꾸고 계시네? 시어머님은 아파트의 편한 삶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분이라 주저함이 있으셨지만(은 지금도 그러하다) 결혼이라는 인위적인 법적 시스템으로 새로이 가족이 된 사람들끼리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주제였다. 상상하는 데는 죄가 없지 않은가? 나도 스스로 재미가 붙어서 이런저런 책과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다보니 없던 취향도 생겨가는 듯 했다.
그래서 써내려가기로 했다.
내가 살고싶은 공간에 대해.
그리고 그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에 대해.
주제가 명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부모님과 함께 거주할' 집을 지으려고 한다는 발칙한 생각 때문일까? 이번 시도에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될 수 있었다. 앞으로 내집짓기에 대한 이상향과 현실 (주로 돈과 가족 내의 미묘한 관계겠지)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담담히 풀어나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