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떠날 때 슬프다.
고개를 돌리는 것이, 등을 돌리는 것이, 신발을 챙겨 신는 것이, 짐을 챙겨 현관문 밖으로 내놓는 것이, 방 안에 놓인 얼굴을 보는 것이, 그 순간 이 모든 걸 열번 백번을 반복해도 아쉬울 것이다.
떠나와서도 나는 결국 너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떠나고나서가 가장 슬픈 것임을 다시 깨닫기만 한다.
난 여전히 널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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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너는 물론 너의 집이 무서웠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고 그랬다. 그래서 행복밖에 몰랐던, 멍청하고 어렸던 우리의 먼 추억을 꺼내 안정제처럼 복용했다. 그럼 정말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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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은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 간 날,
나는 그 안에서 다시 너를 만지고 안았다.
우리는 웃었다.
너는 여전히 너였구나.
너는 원래부터 맑고 착했구나.
너는 순수한 사람이구나.
너는 날 소중히 여기는구나.
원래부터, 언제나 그랬었다고.
나는 이것이 자기최면이 아니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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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린 다시 안았고,
그럼에도 우린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이제는 서로에게 옛 사람이 되버린 것을 비로소 확인한 우리는 받아 들이기로 한다.
다시 한 번 완전한 이별을.
더이상 쓰라리진 않지만 여전히 시린 아픔을.
내 마음 중 너를 담은만큼만 썰어내어 몸 밖으로 꺼내 편안히,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시려도 내 몸 안에 깊이, 깊이 넣어두어야지.
우리는 참 귀했다.
우리는 용감하게도 각자의 가장 귀하고 뜨거운 불덩이를 서로에게 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