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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새책방

by 배지영

미애(도예가, 51세 때까지는 미술 교사)는 정읍에 산다. 작년 여름에 짧은 머리를 하고 한길문고에 왔을 때 바로 알아챘다. 오올! <이웃집 토토로> 사츠키랑 똑닮았네.


“미애!”

정우중학교 주차장에서 전화를 걸어놓고는 여보세요, 안 하고 이름부터 불렀다.


“미애, 우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아요?”

느끼한 내 질문에 미애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가까운 사이니까요.”

“미애, 저 정읍 왔어요.”

정읍에는 귀여운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작은새책방 새롬 대표님. 한꺼번에 귀여운 사람 둘을 보고 싶어서 미애한테 작은새책방으로 올 수 있냐고 물었다. 세수 안 해서 시간 걸린다는 미애는 30분 만에 도착했다.


작은새책방 새롬 대표님은 책을 알맞게 골라준다. 아인슈페너도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게 만들어준다. 나처럼 병렬독서를 한다. 천천히 책을 읽는 미애는 우리한테 직업 때문에 그러는 걸 거라고 했다. 어쩐지 부인 못하겠는걸.ㅋㅋㅋㅋ


금방 일어서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 새롬 대표님이랑 과학책이랑 소설 얘기하느라고. 미애가 준 꽃병을 어떻게 쓰는지 자랑하느라고. 미애가 어떤 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거 보느라고.

잠깐 갰던 비는 변심한 절친 같았다. 군산 오는 길에 내내 사정없이 퍼부었다.


“그렇게 금방 갈 거면 오지 말기요~”


미애는 우리가 함께 있는 단체방에서 말했다. 글쓰기 시간에 내가 쓰지 말라 했던 물결 부호를 썼다. 나는 답장했다.


“알겠어요. 근데 뭐를요?ㅋㅋㅋㅋㅋ”

#작은새책방

#책잘골라주는새롬대표님

#미애

#에헴_미애꽃병두개소유자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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