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없이 코딩하기’라는 괴짜 같은 말을 들은 건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후문 근처 식당에서였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대화가 불쑥 내 귀에 꽂혀 들었다.
“야, 나는 마우스 없이 키보드로만 코딩할 수 있어!”
처음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단축키를 많이 알고 있나 보다.’ 그다음은 ‘굳이 그렇게까지?’ 마지막으로는 ‘우리 학교 학생일까? 우리 과는 아닌데.’ 따위의 잡생각을 하며 넘겼다. 그 일은 이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단축키를 잘 외우지 않는다. 아니, 거의 외우지 않는다. 웬만하면 다 마우스로 찾아서 클릭한다. 이건 아마도 내가 개발자의 덕목인 ‘귀차니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성실한 나머지 마우스로 찾아서 클릭하는 수고조차 귀찮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다른 이유로는 ‘그냥.’ 그냥 손에 안 붙는다.
“단축키 좀 외워요.”
한 번은 이런 말을 대학 동기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어림도 없지. 나는 여전히 동기가 알려준 단축키를 외우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정도로 나는 개발자면서 단축키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흘러 옆 테이블에서 ‘마우스 없이 코딩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졸업하고 취직까지 하고 나서 말이다. 대학 동기이자 회사 후배인 M이 코딩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이게 그때 그 사람이 말한 마우스 없이 코딩하는 건가?
단축키를 몇 번 쳤더니 이 창이 닫히고 저 창이 열렸다. 왼쪽 모니터에 있던 창이 오른쪽 모니터로 이동하기도 했다. 열려있던 폴더들이 한 번에 닫히기도 하고 복사해 온 코드가 읽기 좋게 정렬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정말 신세계였다. 단축키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진짜 멋있네. 개발자 같아!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뭐 누른 거야?”
이 말을 M에게 몇 번이고 했다. 난생처음 보는 단축키들을 알고 나서야 나는 생각했다.
‘단축키를 잘 쓰고 싶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멋있어 보여서 단축키를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란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래서 단축키를 외우기 시작했냐고? 결론을 말하자면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마우스로 찾아서 클릭한다. 내가 외우는 걸 못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앞서 말했듯 그저 단축키만큼은 그냥 손에 붙질 않는다. ‘멋있어 보인다’는 단축키를 외울 이유가 되기엔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단축키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쓰면 좋은 건 맞는 말이니까. 속마음을 살짝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의 코딩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