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쳤다고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락도 다 끊은 채 학교도 나오지 않고 칩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던 대로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재미없는 곳 견학도 가고, 축제도 참여하길 바란다. 평소와 다르게 스스로를 괴롭히면 내 인생에서 이 시험이 차지하는 영역을 키우는 꼴이 된다.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일상을 보내야 이 시험이 영역을 넓히지 못한다. 그래야 극복하기 쉽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시간이 필요하다.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만 평소와 같이 살면 도움이 된다. 그러니 땡땡이를 치더라도 학교에 나와야 한다. 이 시험 하나에 지지 말자. 보란 듯이 하루를 살아내자. 지각하지 말고, 웃든 울든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