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옥임 Jul 11. 2022

아이들은 달라지고 있는데

아이들은 멋지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제는 내가 지쳐간다. 스트레스가 축적이 되고 피로가 쌓이다보니 퇴근하고 오면 무기력해져서 좀처럼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던 내가 공연히 남편을 향해서 혼자 짜증을 내고 집안일에 화를 내고 있다. 특별히 남편을 위해서 매일 색다른 반찬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퇴근하고 집에만 오면 아무런 의욕이 없다.


남편의 입맛이 민감해서 현직시 동료들은 미식가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고 남편이 추천하는 맛집은 실패한 일이 없다고 했었다. 남다른 입맛으로 '먹는 것도 큰낙'이라는 남편인데 요즘의 나의 특수 상황을 이해하고 양보하고 있는 남편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으니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배가 된다.


날짜를 보니 오늘이 5주째 접어드는 월요일이다. 6.25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달라질 거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달라졌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현저하게 달라진 것은 2주째였고 교실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미꾸라지 철이(가명)의 행동 역시 2주째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5주째인 오늘 확연하게 달라진 철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철이의 표정과 행동이 변화된 이후 쌍둥이 누나와 등교하고 나면 아무런 의욕없이 앉아만 있던 아이가 오늘은 자신이 알아서 아침활동을 했고 1교시 수업도 스스로 참여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교시 중반 몸이 아파서 활동을 하다 말고 보건실에 올라가야 했다.


지난 주 중 엄마의 몸살과 겹쳐서 쌍둥이 철이와 민이가 열, 목감기로 결석을 했었다. 그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진 듯 철이는 배가 아프고 울렁거리고 누나인 민이는 배와 머리가 많이 아프다 해서 철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공부하다 많이 아프면 전화를 하라고 하셨단다. 전화를 드리니 멀리 나가 있어서 곧바로 올 수 없다며 보건실에 누워있게 해달라는 부탁에 철이에게

"엄마가 바로 오실 수 없다니까 보건실에 가서 누워 있을까?"하고 말하자

"누워있다가 토하면 어떻게 해요?"하고 묻는다. 그래서 보건실 앞이 화장실이니까 넘어오려고 하면 곧바로 화장실로 가면 된다고 하자 흔쾌히 누나와 함께 보건실로 올라갔다.


3교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철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 거의 다 왔으니 교문으로 내려 보내주시면 병원에 다녀오겠단다. 보건 선생님께 전화해서 부탁드리자 잠시 후 두 아이가 교실로 나란히 들어온다. 가방을 메고 앞으로 나온 철이가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하는데  언제 교실 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던 미운 녀석이었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나는 철이가 이미 의젓하고 멋진 아이가 될 줄 알았었다.


어제는 식당가는 길에 맨 앞에 선 철이의 쌍둥이 누나 민이가

"선생님, 요즘에 철이가 학교생활을 너무나 잘 하고 있다고 외할아버지가 주말마다 선물을 사주셨어요."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랬구나. 우리 민이도 기분이 좋았겠다."

"네!"

"그래, 철이가 앞으로 더 잘 할 거야. 그동안 우리 민이도 많이 힘들었지?"

"네~~"

"이젠 괜찮아질 거야. 우리 민이 아프지 말아야 해!"

"네!"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달라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철이의 행동이 좋아지니 그동안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해당 아이들의 행동교정에 들어갔었다.


"선생님, 아침활동을 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아침활동을 하고 있는데 혼자서 하기 싫다며 앉아만 있던 녀석이 쉬는 시간에 나와 머리 조아리며 죄송하단다.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들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녀석의 마음이 편치 않았고 선생님께 죄송했던 모양이다.

"오, 우리 진수(가명) 멋진데.. 앞으로 잘 하면 돼. 우리 진수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이 알아.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라고 말하자 밝은 모습으로 자신있게

"네!"하고 들어간다. 이렇게 멋진 녀석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학교에 올 때마다 교실이 너무나 엉망이었고 시끄러워서 공부도 할 수 없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도 좋아졌고 공부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단다.


"우리반 친구들이 너무나 열심히 해요"

"교실이 조용해졌어요"

"이젠 친구들이 소리지르고 울지 않아요"

"수업시간에 친구들이 돌아다니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이 아침 등교시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서둘러 학교를 향한 발걸음이 가볍기를 바라고, 하교시간에는

"선생님, 집에 가기 싫어요. 학교에서 더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행복한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 상황에 따라 다양한 활동들이 즐겁게 이루어지는 교실이었어야 했는데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지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 지금이 중요하고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그저 우리 아이들이 진심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선생님 덕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