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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May 28. 2024

딸과 삼둥이들

리무진 취소

아침 10시 35분 비행기이나 추석 연휴 여행객들로 붐빌 것을 생각해서 새벽 6시 반 공항 라운지 모임에 늦지 않도록 전주에서 새벽 2시 반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표를 한달 전에 예매해 두었었었다. 그리고 여행 이틀 전날, 삼둥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많이 보고 싶어 하니 버스표를 취소하고 집으로 올라와서 하룻밤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새벽에 공항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딸의 제안에 리무진 버스표를 급하게 취소하게 되었다.

 

송도에서 공항까지는 20여분 정도의 거리이나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위와 삼둥이 등교로 정신없는 딸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직접 공항으로 가려던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고 극구 공항까지 태워다 주겠다는데 극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은 할미, 할비도 똑같은 심정이니까...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내려왔던 우리 삼둥이들이 첫사랑 지우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일정이 바빠졌고 수지에서 송도로 이사가면서 거리가 멀어지는 바람에 내려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내심 우리 부부도 삼둥이들이 많이 보고 싶은 상황이었다. 

 


오전에 서둘러 김제의 모 초교에 들러서 5개월 기간제교사 계약을 마친 후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송도로 올라갔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과 기쁨의 재회를 하고 난 후 남편과 아이들은 집에 남겨둔 채 딸과 함께 나갔다.

 

여행을 가기 전에 피부관리를 받으면 좋다는 딸의 배려에 미리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추어서 피부과에 들렀는데 딸이 미얀마와 필리핀에 거주했을 때의 추억이 문득 그리워졌다. 방학을 이용해서 미얀마와 필리핀에 갈 때면 아빠는 골프를 칠 수 있도록 골프장에 모셔다 드리고 미리 예약해 둔 맛사지 샵에서 딸과 함께 전신 맛사지를 받곤 했었다. 

 


딸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잠시 놀고 있으니 저녁 회식을 마치고 사위가 들어온다. 피부가 좋아지고 살짝 살이 찐 얼굴이 훨씬 젊어 보인다고 하자 탄수화물을 많이 줄이고 나니 몸이 좋아졌다는 말에 내심 반가웠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건강의 원리에 부합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훤칠한 키에 허리가 약해 몹시 힘들어했던 사위는 이미 건강식품을 먹고 있었고 나름대로 건강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해진 내가 먹고 있는 건강식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새벽 5시 반 알람이 울리고 딸이 먼저 일어나 서두른다. 뒤이어 사위가 일어나고 샌드위치 둘째 현우는 할아버지 할머니 배웅해야 한다며 벌떡 일어난다. 아침 잠이 많은 첫사랑 지우는 어젯밤에도 늦게 잤을 게 분명하다. 세상 모르게 달콤한 꿈 속에서 한창 여행 중일 지우를 생각하니 깨워야 할 이유가 없다. 막내 지원이는 누가 깨우지 않았음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간다며 꼭두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눈꼽도 떼지 않고 옷부터 갈아입고 있다.


사위와 둘째 현우의 배웅을 받으며 딸과 함께 지원이 손을 잡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어제 오후 송도로 들어오기까지의 도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었다. 추석 연휴 여행객들이 도로를 가득 메워서 송도까지 들어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었는데 송도에서 공항가는 새벽 도로는 신기할 정도로 한가하기만 하다. 그리고 송도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공항이 있다는 것도 새삼 신기하기만 했다. 


앞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할 해외여행이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항 가까이에 딸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벽바람을 가르며 영종대교를 건너는 내내 감사해 했다.

 


제 2 터미널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울 막내 1학년 똑순이 지원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가겠다며 졸라댄다. 그러자 제 엄마가


“그럼, 너 학교 못 가는데 괜찮아?”


그렇게도 재미있어 하는 학교를 못 간다는데는 할 말이 없는지 피우던 고집을 슬그머니 내려놓는 모습을 보니 많이 컸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녀오면 우리 지원이 또 볼 수 있으니까 그 때까지 참자.”

“네!” 

 

구이에 내려올 때면 늘 할비, 할미와 살겠다며 제 아빠 차가 떠나는데도 의연하게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대던 지원이 때문에 제 아빠가 동네 입구에서 되돌아오는 헤프닝도 있었는데 1학년이 되고 난 뒤부터는 그럴 일이 없어져 버렸다. 


삼둥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매우 아쉬워하는 마음은 제 아빠 엄마 뿐만 아니라 할비 할미도 매한가지다. 늘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욕심인 줄 알면서.....

 

울 막내 지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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