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채전을 부칠 생각은 없었다. 아침에 배송 오기로 되어 있는 백명란을 무쳐서 아이들 반찬으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장 본 식재료가 배송 왔기에 열어보니 딱 백명란만 빠뜨리고 배송이 왔다. 그래서 감자에 어묵과 대파를 넣고 어묵감자조림을 할까 하면서, 감자전이 떠올랐지만 은근히 손이 가는 감자채전 보다는 후딱 볶을 수 있는 감자조림을 선택했다. 감자를 깍둑썰기해서 기름에 볶다가 물을 몇 큰 술 넣고 약불에 뭉근히 익히는 동안 어묵을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넣고, 대파도 감자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마저 볶으면 완성되는 간단한 반찬이다. 간은 우동간장과 다진 마늘, 설탕으로 하면 되는데, 다진 마늘을 생략하고 후추를 조금 넣었다. 아이들은 골고루 먹고 자연식물식을 하는 나는 감자와 대파 위주로 먹으면 딱 좋다.
한 시간쯤 뒤에 백명란이 마저 배송이 와서 백명란 무침은 저녁 반찬으로 내놓았다. 냉동된 백명란은 실온에 잠깐만 둬도 금세 해동이 된다. 해동된 백명란을 가위로 종종 자르고 다진 마늘을 두 큰 술 넣고, 대파를 잔뜩 썰어 넣었다. 백명란보다 대파를 더 많이 넣어도 대파는 숨이 죽기 때문에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파는 가능하면 잘게 썰어 넣고, 백명란이 이미 간이 짭짤하기 때문에 추가 간은 필요 없고, 참기름과 참깨만 넉넉히 넣고 잘 섞으면 완성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백명란 무침은 맛이 좋아서, 가족들 반찬으로 자주 만들고 있다.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간은 하루도 안 걸렸다. 아침에 감자채전을 생각했다가 아이들 저녁 반찬 겸 야식으로 감자채전을 했다. 엉겁결에 감자채전 이야기를 내가 했는지 아이들이 감자채전이 먹고 싶다고 하니, 손이 가나 마나, 손을 걷어붙였다.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감자가 고작 세 개가 남아 있다. 그래서 양파도 한 개 썰어 넣고 튀김가루도 몇 큰 술 넣어서 양을 늘렸다. 감자는 얇게 채 썰어지는 가는 채칼로 채친 뒤에 가는소금을 한 작은 술 넣고 조물거렸다. 감자에 소금 간이 배는 사이에 양파도 얇고 잘게 잘랐다. 감자와 양파, 튀김가루, 물 약간을 넣고 잘 섞어서 반죽을 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처음에는 센 불로 양면을 익히고(1분 정도), 약불로 낮춰서 오랫동안(5분 정도) 구우면 타지 않고 노릇하게 구워진다. 감자가 적어서 튀김가루를 네댓 큰 술이나 넣었더니 감자채전 부치기가 아주 쉽다. 반죽이 익으면서 서로 엉겨서 여러 번 뒤집어도 전이 찢어지지 않는다. 아이들도 튀김가루가 제법 들어간 감자채전이 더 맛있는지 잘 먹으니 다음에는 일부러라도 튀김가루를 좀 더 넣어도 되겠다. 물론 튀김가루는 자연식물식 식재료는 아니다.
자연식물식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아침은 천혜향으로 과일식인 자연식물식을 하고, 점심과 저녁은 된장국에, 김치, 미역줄기볶음으로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사를 했지만, 자연식물식이 아닌 음식인 명란젓무침과 어묵감자볶음에 들어 있는 어묵도 좀 먹었다. 간식으로 롤케이크와 초콜릿, 밀크티를 먹었으니 자연식물식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여전히 주로 섭취하는 음식은 자연식물식으로 유지하고 있다. 음식을 편안하게 먹으면서 몇 달 사이에 몸무게가 몇 킬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