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유용성에 대하여

우리는 언제 떠나고 싶을까?

by 김경옥

우리가

“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때는 언제일까? 우리 일상의 삶이 무료해 졌을때일까? 우리의 삶이 아무런 변화도 없고, 이렇게만 계속되는 매일이 쌓이면 우리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는 때일까?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질때, 그 무상한 일상에 무언가 변화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혹시 우리의 삶이 너무 고단하여 이 삶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어서 ‘어디로든 떠나고자 하는 것일까?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숭고함에 대하여 논한다. 이 숭고함이란 우리 보다 강한 어떤 것을 바라볼때 느껴지는 감정 중의 하나. 예를 들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자연의 경관을 접하면서 그러한 풍경에서 숭고함을 느끼게 되고, 우주의 작은 미물의 하나인 우리가 하는 고민이란 왠지 그다지 고민할 것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아주 강한 무언가를 앞에 두었을 때,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사실 우리가 하는 많은 고민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각자는 하나의 난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수억개의 정자들 사이에서 승리한 어마어마한 확률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아주 고귀한 존재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먼지와도 같은 미세한 존재라는 사실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진실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내면서 아주 힘든 시기가 왔을때, 이 두가지 상반되는 사실은 그때그때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누구랄 것도 없이 고귀한 생명체인 것이니 어느 누구도 우리를 어떠한 이유를 근거로 인간답지 않은 대우를 할 권리를 지닌 자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합당하지 아니한 행동을 강요 받거나, 부당한 처사를 당하게 되었을때, 우리 각자는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성희롱, 성폭령에 대항하는 #Metoo, #미투 운동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종류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별달리 특별할 것없는 그저 평범한 남자애, 여자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큰 위로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늘 특별해 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고 있고, 그러한 행동 때문에 곤란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존재일 뿐이고, 그러므로 나는 또한 행복할 수도 있지만, 불행할 수도 있는 그런 존재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우리는 어쩌면 불행을 극복하는데에 큰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나도 불행할 수 있지. 뭐 어때? 나라고 매번 행복해야만 하는거야?”

하는 식의 태도.

“나도 실패할 수 있어. 나라고 늘 성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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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상 보는 일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세상의 중심인 적이 많았다. 부모님들은 우리를 위해서 먹을 것을 준비하시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며,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우리를 위해서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양분 들을 전달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 앞에서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고, 그들을 보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기쁨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는 우리 자아를 더 넓은 곳에 둠으로써 자유라는 것을 만끽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보는 세상은 우리가 전부라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세상이 실은 얼마나 작은 세상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란 어쩌면 그저 먼지와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가 품고 있는 고민들이 실은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지를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를 끈떡지게 둘러 싸고 있던 갖가지 고민들에서 풀려나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삶이란 쉬이 지루해 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어서, 우리는 그 삶에 늘 변화를 주어야 한다. 외부에서 오는 변화가 없다면 우리 스스로라도 변화를 만들어서 내 삶에 쥐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 고민이라는, 고통이라는 것을 변화로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을 떨쳐내기 위해서 우리보다 더 큰 존재를 찾아 떠난다. 그 큰 존재로 부터 숭고함을 느끼고, 우리는 우리가 실은 얼마나 작은 보잘것 없는 미물에 불과한 지를 깨달음으로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신을 다시 흔들리지 않게 세우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약 지금 우리의 마음 속에

“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든다면, 우리는 삶이 무료해서 이든지, 아니면 어떤 고민을 지니고 있어서 이든지, 용기를 내어 떠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떠나고 여행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어떤 의미를 다시세우고 나면 , 우리는 일상에서의 삶을 더 올곶게 살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언제부턴지 늘 어디로든 떠나고 싶긴 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적은 많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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