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 달 살이, 나도 한 번

by 옥민혜

D-4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 코로나는 참 큰 장애물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저귀 한 포대와 젖병 20개를 싸들고서 하나는 업고 하나는 안고 시전을 벌이며 여행 아닌 군행을 다니기도 했고.

코로나가 터지고 남들이 집 밖에도 안 나갈 그 시절에 이때가 싸게 다녀올 적기라며 해외여행을 갔으니, 거기 가서 한 번, 돌아와서 또 한 번 아이들을 울려가며 코 찌르기 검사를 반복했던 것만 빼면 그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여행에는 많은 돈과 시간과 체력이 들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으며, 매번 다른 종류의 감동과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기억은 때로 미화되어 고생 까지도 추억으로 남으니 모든 여행은 그저 완벽하게 아름다울 뿐이다.


코로나도 막을 수 없던 우리의 여행 본능은 유일하게 임신 기간 중에만 허락되지 않았는데 전무후무한 입덧지옥으로 인해 내내 병원에서 수액만 꽂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액을 꽂은 채로 노란 물만 토해내며 창 밖을 바라보던 그때는 내가 마치 외딴섬에 갇힌 죄수 같았는데(영화 빠삐옹처럼), 그 지옥 같던 시기조차 이전의 여행 기억을 떠올리며 견뎌낼 수 있었다.


남편에게 근속 20주년이 되면 '긴 휴가'가 나올 거라는 얘기를 들은 건 몇 년 전이었고, 남편이 지나가면서 슬쩍 흘린 그 한 마디에 나는 그때부터 '긴 여행'을 계획했다. 길다면 정확히 얼마 동안인지, 시기는 정확히 언제인지를 집요하게 물었으나 항상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나 또한 2025년이 될 것이라는 대략적인 계획만 세운 채로 몇 년을 보냈다.


그러나 파워 J는 남편 몰래 혼자서 이때부터 '해외 한 달 살기'를 계획했고, 장소까지 물색했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남편의 말 한마디와 나의 J 성향으로 시작됐으며 작년 12월 비행기표 예매를 시작으로 하나씩 준비되어 갔다.


'긴 휴가'라고 했던 남편의 20년 근속 복지는 막상 닥치고 보니 고작 일주일이었고, 나의 크나큰 실망 앞에 다행히 올해 추석 연휴가 매우 길다는 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연휴 앞 뒤로 근속휴가와 여름휴가 등을 이리저리 붙여 보니 간신히 긴 휴가가 마련되었고, 몇 년 동안 마음으로만 준비했으니 마치 '통일'처럼 막연한 꿈같았던 그 계획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네 식구의 한 달 살이>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단짝, 브런치에 그 여행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정확히는 한 달이 좀 안 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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