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깨달음 #62

"뿌리"

by 깨닫는마음씨


엄마의 젖가슴을 그러쥐듯


호수에 떠다니는 갈대를

우물에 매달린 동아줄을

여름날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나눠먹는 방어회의 젓가락을

시험종료 1분 전의 볼펜을

외통수에 빠진 장기말을

정신분석가 앞에서의 뇌를

인터넷 허공에 걸린 좋아요를

거짓말로 만들어진 자아를


어떻게든

정말 악착같이

갈고리 같은 손으로

쥐어짜듯 터져라 붙들고 있는

너의 고집에서


나는 네가

뿌리가 없음을 알았다


뿌리가 없는 너는

고집만을 그러쥐고 있었다


현실에

존재의 뿌리를 내리지 못해

허공에

고집의 가지를 뻗으며


너는 등나무처럼

그저 흐늘거리고만 있었다


없는 엄마를 찾아

그 허공도 엄마랍시고

너는

그저 붙들고만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모든 힘을 다해

간절한 시간만이


엄마의 눈물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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