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를 거부하며"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어머니도 취하려 하지 않는
외디푸스를
우리는 꿈꿀 수 있는가?
키르케고르는 꿈꾸었다
실존주의는 외디푸스가
걷지 못한 길이다
그러나 실존주의는
외디푸스의 추락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다
외디푸스의 역할은
우리를 신에게로 데려가
그 앞에 단독자로
서게끔 하는 것이다
외디푸스는 자아다
그것도 영웅적 자아다
영웅적 자아는 오직
자기의 죽음으로서만
자아의 역할을 완수한다
그 죽음에는
더할 것도 보탤 것도 없다
더해서도 보태서도 안 된다
가장 완수된 것이다
그러나 안티고네가
이 자리에 출현한다
자아가 자신의 임무를
멋지게 완수해낸
완벽한 자리에 나타나
그 죽음을 모욕한다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탐한
이 불쌍한 것을
나만은 구원하겠노라
이 가엾고 착한 아이를
나만은 품에 안겠노라
설령
인간의 약함을
수호했다는 이유로
비난과 죽음의 화살이
나를 향한다 할지라도
나만은 지켜내겠노라
외디푸스의 죽음은
약한 인간의 통속적 비애로
환원된 채 망각되고
이제 안티고네의
순교만이 기억된다
그 아비인 신이
죽은 자리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유일한 신적인 것인
안티고네만이
거룩함을 독점한다
외디푸스의 구원자를
참칭하는 그대여
유일신이 되고자 하는
거룩한 안티고네여
죽음을 조롱하며
자아를 위하는 품새로
가장 자아를 농락하는
기만의 이름이여
외디푸스에게서
영웅의 자리를 빼앗아
자신의 영광으로 삼는
거짓 선지자여
나는 그대를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