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놀고 있다

Chapter 1 - Genesis - 日月盈昃 辰宿列張 (1)

by 현진현
日月盈昃 辰宿列張


일월영측 진수열장 :
해와 달은 언제나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며, 밤하늘의 별자리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나온 우주론적 철학사유를 보다 발전시키고 있다. 즉, [천지현황]에서 언급된 현묘한 우주의 내적 질서와 운행법칙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 태양과 달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주에 내재한 '현묘'한 물리법칙과, 한편으로 동적인 존재와 대비해 1년 내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별자리를 통해 우주의 영원불멸하는 '질서'를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영원불멸의 고정된 존재처럼 보이는 별자리(宿 / constellation)들도 인간의 시간 속에서나 잠시 고정되어 있을 뿐, 각각의 별들은 광활한 우주공간 속에서 음속의 수백 배의 속도로 서로 흩어지고 있으며, 향후 수만 년이 경과하면 더 이상 우리가 아는 별자리는 밤하늘에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천자문이 우리를 맛가게 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글자'들 때문인데 [盈(찰 영)] 자부터 슬슬 기분 나빠지기 시작한다. 뭐, 한문을 잘 아는 분들이야 그게 무슨 소리냐 하시겠지만 막상 [盈]은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자가 아니다. 심지어 파워포인트 한자변환 기능에서 '영'을 치고 한자변환으로 색인을 찾으면 첫 번째 리스트에는 당연히 없고, 두 번째에도 없고, 세 번째 리스트 두 번째 글자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다. Oh my God! 천자문 시작하고 나서 딱 11번째 글자인데 말이다.

일단, [盈] 자가 들어가는 낱말을 한번 찾아보자.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영]을 입력하면 아예 처음 옵션에는 뜨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계영배(戒盈杯)]라는 단어가 있어 이것을 입력하면 겨우 뜨는데...


[盈] 자를 눌러서, 연관단어를 찾으면 아주 가관이다.

예시 1) 盈盈 영영: 물이 가득 차서 찰랑찰랑한 모양

예시 2) 盈科而後進 영과이후진: 「구멍을 가득 채운 뒤에 나간다.」는 뜻으로, 물이 흐를 때는 조금이라도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于先) 그곳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는 말. 곧 사람의 배움의 길도 속성(速成)으로 하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야 한다는 뜻 - 출전은, 맹자(孟子)다. 아니.. 한자 입문하려고 '천자문'을 배우는데 11번째 글자 예문이 사서삼경에서도 난도가 높다는 맹자다. 어이없는 예문 [盈盈] 다음에 맹자 구절이 예문 2로 나온다면 우리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가? 초딩교과서를 공부하기 위해, 맹자구절을 외워야 한단 말인가?

예시 3) 盈尺 영척: 1. 한 자 정도(程度). 2. ‘한 자 미만(未滿)의 넓이’라는 뜻으로, 매우 좁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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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비평 당선 /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 취미-취향을 글쓰기로 이어주는 글쓰기 코치와 전기작가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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