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만 두 시간
쿠팡은 무조건 무료반품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니 반품 공정은 쿠팡에서 필수적이었지만 어느 센터에서나 다 진행하는 공정은 아니었다.
집 근처에서 셔틀을 운행하는 쿠팡 물류센터 중 반품 공정이 있는 곳이 없다면 시도해 볼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텐데, 쿠펀치는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반품 센터를 보여줬다.
센터의 위치는 무려 경기도 여주였는데 내가 여주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세종대왕의 능이 있고 쌀이 유명하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또 여주가 충청도와 강원도에 인접해 있어서 아주 멀다는 것도.
그 거리가 일단 가기도 전부터 까마득하게 느껴졌지만 여주가 어쨌든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내가 나 자신을 설득하는 데 주효한 부분이었다.
셔틀이 운행할 정도면 갈 만하다는 거 아닐까? 하는 합리화와 반품 공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한 몪 했으니 나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마친 상태라고 보아도 좋았다.
여주로 가는 셔틀버스는 이전에 갔던 센터와는 다른 정류장에서 출발했다.
집에서 걸어갈 수는 있지만 다소 거리가 있어서 좀처럼 이용할 일이 없었던 정류장에 와본 건 공항버스를 타기 위한 목적으로 딱 한 번이었으니, 여기서 쿠팡 물류 센터로 가는 버스가 선다는 건 당연히 알지 못했다.
버스가 오기로 한 시간으로부터 10분 전쯤 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좀 당황했다.
처음 갔던 센터는 버스가 서는 곳에서는 미리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의심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지만 이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었던 탓이었다.
셔틀버스를 타지 못해 결근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맞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이 정류장이 맞긴 한 걸까 하는 의심으로 문자에 첨부된 웹주소로 다시금 들어가서 안내된 정류장 위치와 사진을 거듭 찾아봤다.
어쨌든 버스가 도착을 해봐야 확실히 알 것 같았는데, 정류장은 이른 시간 출근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속속 사라질 뿐 나처럼 쿠팡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내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가 눈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마침내 눈에 들어온 버스가 한 대 있었다.
그리고 쿠팡은 셔틀버스에 대해서 정류장의 위치와 탑승에 필요한 시스템만 알려줄 뿐이어서 내가 모를 수밖에 없던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노란색 미니버스였는데 미니버스 중에서도 가장 좌석이 적은 버스인 게 분명한, 좌석이 채 20개가 되지 않았던 버스였다.
쿠팡 물류센터는 센터마다 셔틀버스 탑승 앱을 달리 사용하기도 하는데, 처음에 갔던 물류센터가 qr 형태의 탑승권을 생성해서 태그 하는 형태였다면 여주로 가는 버스는 다른 방식을 쓰고 있었다.
이전에 써 봤던 탑승권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는데 생성된 탑승권을 터치하면 카메라창이 열리고 그걸 버스에 설치된 스캐너에 태그 하면 탑승이 가능했다.
탑승 앱을 쓰는 방식이 달라서 긴장이 됐지만 무사히 버스에 오를 수 있었는데,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피곤한 상황이 이어졌다.
버스가 작아서 덜컹거림이 심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버스를 타는 시간이라도 짧다면 감당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여주 이후에 갔던 다른 물류센터를 모두 포함해서 단언하자면, 여주로 향하는 이 버스만큼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 버스는 없었다.
또한 여주로 가는 버스는 마을버스처럼 몇 개의 정류장을 더 거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그러느라 30분은 족히 소요가 됐으니 대체 언제쯤 도착을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길었던 그 길을 아무튼 짧게 요약해 보자면 여주 센터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업무가 시작되는 9시까지 불과 10분을 남긴 8시 50분이었다.
출근 시간만 꼬박 두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덜컹거리는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길에서 보낸 두 시간이라니, 하루를 다 보낸 기분이란 게 이런 걸까.
나는 이미 지쳐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