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어요? 회사는 거기서 거기랍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좋은 회사를 찾아 T.O.를 찾아 헤매는 그대여!
‘왜 나는 다들 잘하는 취업을 하기 이렇게 힘든 걸까… 이렇게 회사가 많은데 나 하나 일할 곳이 없나…’
스물여섯이 된 지 삼 개월이 되었을 때 첫 직장에 출근했다. 취업 고민으로 술에 취해 친구에게 전화해서 펑펑 운지 한 달이 좀 넘었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회사를 고르는 기준 따위는 없이 제발 취업만 시켜달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 보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직을 고민하는 연차가 되어보니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대표적으로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곳인지, 연봉은 많은지, 집에서 가까운지 등이 있겠지만 나의 기준은 ‘평생 재미를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직무인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이런 회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나니 오 년 삼 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 필요 없고, 이직은 지금보다 더 좋은 업무 환경을 위해 필요한데 오래 다닌 회사보다 편한 환경은 없고,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쓸 수 있는 곳은 없다.
처음 ‘존버’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고 더러운데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노하우도 생기니 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천천히 기다리니 업무적으로도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캠페인 메인 담당자가 되었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 제안도 스스로 찾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결론은 회사에서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에 내 이름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다닐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가 되니 광고주도 이제는 한 회사 동료인 것처럼 믿고 맡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근하면서도 자신이 예상했던 업무가 아니거나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회사 가면 되지!’ 하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합리화하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 직장 내 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있지 않은 한,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회사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조금 더 나은 회사가 있을 뿐, 더 좋은 회사는 없어요. 이직을 자주 할수록 당신의 커리어와 직급만 낮아질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