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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ONG Nov 06. 2019

회사는 거기서 거기

아시겠어요? 회사는 거기서 거기랍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좋은 회사를 찾아 T.O.를 찾아 헤매는 그대여!


‘왜 나는 다들 잘하는 취업을 하기 이렇게 힘든 걸까… 이렇게 회사가 많은데 나 하나 일할 곳이 없나…’


스물여섯이 된 지 삼 개월이 되었을 때 첫 직장에 출근했다. 취업 고민으로 술에 취해 친구에게 전화해서 펑펑 운지 한 달이 좀 넘었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회사를 고르는 기준 따위는 없이 제발 취업만 시켜달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 보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직을 고민하는 연차가 되어보니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대표적으로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곳인지, 연봉은 많은지, 집에서 가까운지 등이 있겠지만 나의 기준은 ‘평생 재미를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직무인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이런 회사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나니 오 년 삼 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 필요 없고, 이직은 지금보다 더 좋은 업무 환경을 위해 필요한데 오래 다닌 회사보다 편한 환경은 없고,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쓸 수 있는 곳은 없다.


처음 ‘존버’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고 더러운데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노하우도 생기니 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천천히 기다리니 업무적으로도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캠페인 메인 담당자가 되었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 제안도 스스로 찾아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결론은 회사에서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에 내 이름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다닐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가 되니 광고주도 이제는 한 회사 동료인 것처럼 믿고 맡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근하면서도 자신이 예상했던 업무가 아니거나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회사 가면 되지!’ 하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합리화하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 직장 내 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있지 않은 한,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회사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조금 더 나은 회사가 있을 뿐, 더 좋은 회사는 없어요.  이직을 자주 할수록 당신의 커리어와 직급만 낮아질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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