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고 부드러워지는 3초 세기의 힘
청소기를 돌리고, 국수를 끓여 간단히 점심 끼니를 해결한 후 하루의 반이 지나서야 소파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지만 후딱 휴일의 시간이 흘러간 하루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라테 한 잔이 간절했다. 얼른 진하게 커피를 내려 다시 소파에 앉았다. 사건은 잠깐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는 그 순간 발생했다. 사실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엄마가 옆에 앉아 채널을 돌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또 소파에 살포시 얹어져 있던 파리채를 들어 올리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문제는 그 파리채에 있다. 파리채를 드는 순간 컵이 기울었고 나는 커피 샤워를 했다.
어제의 나 아니, 30초 전의 나였다면 버럭 짜증을 내며 온갖 날 선 말을 퍼부었겠지만 그 짧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민망해진 엄마는 '컵이 거기 있는 줄 몰랐다.', '왜 커피를 거기다 두었느냐'는 등의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지만 나는 온전히 눈을 감고 감정에 집중했다. 화를 들이마시니 마음이 호아졌다. 화난 마음이 누그러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럴 수도 있지!' 3초의 힘을 느낀 찰나였다.
또 하루는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귓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고개를 살짝 들었더니 우리 집 막내 겨울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우리 집 막내는 똘이의 막내 딸로 당시 90일이 좀 넘은 갱얼쥐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냄새로 거부반응이 없으면 일단 입 속으로 집어놓고 잘근잘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겨울이 입 밖에는 길게 흰 줄이 삐져나와 있었고 입에는 이어폰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한 시 반, 순간 소리를 꽥 지를 뻔한 것을 참고 화를 깊게 들이마셨다. 하나, 둘, 셋. '그래, 넌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야. 그럴 수 있지. 내가 물건을 바닥에 둔 탓이야.' 나는 두 번째 호아지는 마음을 경험했다.
세상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특히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일은 유난히 많다. 특히 회사에서는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럴 때 호아지는 마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딱 3초만 마음을 깊게 들이마셔보자. 생각보다 쉽게 변화하는 내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