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권리금 반토막? 그 뒤에 숨겨진 자영업의 민낯

성공 점포는 감이 아니라 과학이다

박 이사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차가 식어갈 때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 못 했습니다. 저는 을지로라는 상권의 힘이 워낙 세고 권리금까지 싸게 나왔으니까, 인테리어 멋지게 하고 좋은 사람 고용해서 시스템만 잘 짜놓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직접 1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네요."


많은 예비 창업자가 '을지로3가역' 같은 초역세권에서 '권리금 반토막' 같은 급매물을 찾아 헤맵니다. 가격이 싸게 나왔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이미 성공의 절반은 와 있다고 착각하곤 하죠.

하지만 저는 37년의 현장 경험을 걸고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세상에 당신을 성공시켜 줄 절대적인 '대박 자리'는 없습니다. 오직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준비된 사장님'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매장을 운영 중인 사장님들께 묻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업을 꿈꾸는 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을지로의 화려한 거리에서 매장을 지키고 계신 사장님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손님이 줄었다고 상권 탓, 날씨 탓, 경기 탓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어느덧 손님을 '반가운 손님'이 아닌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로 보고 있지는 않나요? 거울 속 당신의 얼굴은, 돈을 내고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표정입니까?


상권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주인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진심이 사라지면, 아무리 을지로 한복판이라도 손님은 귀신같이 알고 발길을 끊습니다. 반대로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도 사장의 단단한 멘탈과 환대가 살아있으면 사람들은 기어코 그곳을 찾아내 '성지'로 만듭니다.

부동산 계약서보다 중요한 '자기 확신'

을지로의 그 '반토막 권리금' 점포는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박 이사님이 그날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것이, 25년 직장 생활로 일군 소중한 퇴직금을 지킨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에게 '좋은 입지'와 '싼 권리금'은 독이 든 성배입니다. 쏟아지는 손님과 높은 기대치를 감당하지 못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우를 저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창업을 준비하시나요? 아니면 위기의 자영업 현장에서 버티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입지 지도 대신 거울을 먼저 보십시오. 나는 오늘 100번 웃을 준비가 되었는지, 그 웃음을 12시간 동안 유지할 근력이 있는지 말입니다.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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