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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19. 2024

별났던 너는 이상한 아이로 불렸다

 넌 항상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했어. 그런 네가 반에 도착한 뒤 매일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책상에 엎드리기였어. 그 이유는 하나, 앞으로 반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 중에서 인사를 나눌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야.


 어깨가, 허리가, 목이 뻐근하고 뒤틀리는 듯이 아팠어. 온몸이 결리지만 쉽사리 몸을 일어킬 수 없었어. 너와 짝꿍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없었으니까. 만약에라도 너와 짝꿍이 된 아이는 자리를 바꾸면 좋겠다며 네가 듣든지 말든지 모두의 앞에서 투덜거리곤 했으니까. 그래서 넌 더욱더 깊게,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엎드릴 수밖에 없었어. 이것이 네가 느껴야 할 무안함과 외로움으로부터 최대한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어.


 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쯤엔 반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어. 처음 반에 도착해 엎드렸을 땐 어둡고 적막만이 너를 감싸고 있었는데, 지금은 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환한 불빛들로 가득해. 분명 그 빛 속에 너도 함께 있는데, 왜 네가 있는 곳만 텅 빈 것만 같을까.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못할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너의 하루가 시작되고는 했어.


 어느 날 담임이 말했어. 몇 십 년 후에 동창회를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되어 이곳에 오고 싶은지에 대해 적으라고 했어. 그리고 넌 이렇게 적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가 되어 이곳에 오겠다]라고.


 담임은 삼십 명이 넘는 아이들 앞에서 단 몇 명의 종이만 펼쳐서 읽어주고는 했는데, 그중에서 네 종이도 펼쳐졌어. 담임이 네 꿈에 대해 읽었을 때 반장이라는 아이가 모두가 다 듣는 앞에서 이렇게 말했어.


그렇게 못한다.

 누군가의 꿈을 무시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은 어떠한 대꾸도 해주지 않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바로잡아 주지도 않았어. 애초에 담임이 너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을 터, 네 종이를 읽었을 때부터 넌 이미 관심 밖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었어.


 반의 조롱거리가 된 너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볼품없이 구겨져 버린 네 꿈을 더 이상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깊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숨길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못한다]라는 말을 가볍게 던져 버릴 정도로, 그들 눈에는 너 같은 애가 꿈을 갖는다는 게 사치로 보였던 걸까. 너 같은 애는 꿈도 평범하거나 자기들 수준에 한참 못 미쳐야 했던 걸까?


 어떤 아이가 말했어. 너와 네 친구들을 통틀어 [이상한 애들]이라고 하더라. 이상한 애들이란 건 대체 무슨 기준을 두고 정해지는 걸까? 사실 난 지금도 모르겠어. 그 말을 한 아이와 너 사이에서 [이상한]이라는 수식어가 가지는 차이점을 아직도 찾지 못했거든. 모두들 하나같이 똑같은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거든.


 그래, 별난 학생이었던 건 맞았어. 학교를 무단으로 재껴버리는 애는 그곳에 너 말곤 없었을 테니까. 그게 아무리 단 하루에 그친 일이었다 할지라도 그들 눈에는 다르게 보였겠지.


 하지만 그게 너를 무시해도 될 만한 일이었을까? 숨이 턱턱 막히는 학교로부터 벗어나 숨을 쉴 공간이 필요했고, 무단결석이란 페널티를 얻게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었던 네가 받아야 했던 당연한 대우였을까?


 무단결석을 마음먹고 단행했던 날, 넌 담임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미리 했고, 너의 일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 부탁했었어. 하지만 담임은 칠판에까지 너의 이름을 써가면서 반 아이들에게 너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낙인찍어 버렸지. [별난]이 아닌, [이상한] 아이라고.


 아마 그날로부터 [별난]이 아닌 [이상한] 아이로서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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