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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19. 2024

결국 나도 너를 떠났다

 그 당시의 난 너를 부끄러워했어. 그래, 네가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싫었어. 미웠고 한심했어.


 학교에서 인기 있고 빛났던 언니에 비해, 너는 어둡고 잘난 것 없는 이상한 애였어. 전 학년이 둘이 자매라는 사실을 두고서 전혀 믿지 않을 정도로 네 언니에 비해 너는 너무나도 부족한 동생이었어. 오죽하면 선생님들까지 [둘이 자매라고?] 재차 확인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네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곤 했겠니.

 네가 ㅇㅇ이 동생이라고?


ㅇㅇ선배 동생이 너라고?


그들의 두 눈은 너를 아래위로 훑으면서, 다들 정해둔 것처럼 하나같이 같은 물음을 너에게 던지곤 했어. 이미 다들 건너 건너 들었을 법한데도 지겹도록 널 찾아와 묻고는 했지.


 그 물음에 맞다고 대답한 너를 앞에 두고 다들 뒷말은 삼켰지만, 그들의 대답에 대해 굳이 따로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어.

말도 안 돼.


라는 표정을 짓고서 너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런 시선과 물음을 수도 없이 받아내야 했던 넌 매번 무안해하며 어색하게 웃기만 했어. 그들의 물음에 답하는 네 행동은 거의 ‘제가 동생이라 죄송합니다, 실망시켜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는 듯했어.


 ‘왜요?’라고 한마디도 따지지 못하고 있는 네가 나는 바보처럼 느껴졌어. 사람들의 반복되는 물음들과 그에 반응하는 네 모습들을 계속해서 보고만 있으니, 나 조차도 너와 네 언니를 비교하게 되더라. 가장 네 편이 되어주었어야 할 나 조차도 너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남들은 더했겠지.


 넌 모두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것에 넌더리가 났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언니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어. 그런 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보같이 정이 많고 순진한 네 언니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너의 기를 조금이라도 세워주겠다며 계속해서 너를 찾아왔어.


 그런 언니의 진심에도 불구하고, 너는 언니가 네 마음을 몰라준다며 언니를 점점 미워하기 시작했어. 어디를 가든 또다시 비교를 당할까 지레 겁을 먹어선 언니와 함께하는 자리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


 결국 마음의 문을 모두로부터 닫아버린 너와는 나도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았어. 가족의 관심까지 거부하고 미워하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어. 그래서 모두가 너의 적이 된 것처럼 느껴졌을 그때, 나도 널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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