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Aug 19. 2024

도움을 바랐을 뿐인데

 마음과 정신이 찢겨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버거웠을 때 학교에서 심리검사를 진행했고, 너는 위험군에 속하는 결과를 받았어.


 소심한 너로선 일종의 도와달라는 외침이었겠지만, 머지않아 그 외침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엄마의 마음을 깊게 푹 찌르게 되리라곤 꿈에도 모른 채로, 그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지.


 어느 날 담임의 부름에 엄마께서 학교를 찾아왔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엄마를 향해 담임은 너의 심리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라.


너라는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절대 하지 못할 거라고.


 교무실 안에서 담임이 엄마를 향해 얼마나 심한 말들을 퍼부었는지 너는 알 길이 없었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어.


 교무실을 나온 엄마는 그곳을 들어가기 전과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너를 봐주셨으니까.


 그날 네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엄마 혼자 얼마나 오래 아픈 마음을 달래셨어야 했을까, 우리는 평생 그런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거야.


 엄마께서는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네가 그 시절의 너로부터 많이 벗어날 때까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으셨어. 5년은 훨씬 넘었을 긴 시간 동안 마음이 썩어 뭉그러지는 것을 혼자서 감내하셨을 엄마를 생각하자, 너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어.


엄마를 향한 죄송한 마음과 한없이 이기적이었던 담임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눈물이었지.

이전 04화 겁쟁이였던 너에게 고맙다 말해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