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Aug 19. 2024

나조차 버린 네 곁엔 항상 엄마가 함께 있었다

 무단으로 학교를 쨌던 날, 그 모든 게 계획된 일이었어. 너는 책가방을 열고서 미리 챙겨 온 사복으로 갈아입었고, 가방도 바꿔 매었지. 그리곤 무작정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어.


 너를 제외하고 그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은 없었기에 엄마는 네가 무단결석을 했다는 소식에 많이 놀라셨을 거야. 하지만 너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내 곧 너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라고 말씀해 주셨지.


 덕분에 너는 그 하루 동안 혼자서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분식집에서 김밥과 우동을 사 먹기도 하고, 카페에서 오랜 시간 있으며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어.


 카페에 있는 동안 너는 트레이에 깔려 있던 얇은 종잇장에 네 칸을 나누고선 네 하루를 그려내기 시작했어. 어차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그림이었고 언젠간 버릴 종이였으니까 정성을 들이지도 않았어.


 네 칸에 담긴 그림들의 모습과 장소는 다 달랐지만, 한 가지 한결같았던 건 어디 있든 [혼자]인 너의 모습이었어.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 혼자 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지.


 대충 그린 종이라지만 그대로 버리기엔 누군가가 그 그림을 볼까 눈치가 보였던 건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종이를 집으로 들고 왔었나 봐. 그 이후 너는 그 종이를 집에 와서 버렸는지 어쨌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새카맣게 그 종이의 행방을 잊고 살았어. 엄마의 화장대에 한 종이가 곱게 접혀 있는 걸 보기 전까지.


 이게 뭔가 싶어서 펼쳐보니 네가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던 그때의 그 종이였어. 보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져 왔어. 너조차도 버린 쓰레기, 아니 너의 하루였는데, 엄마는 그 볼품없는 것 하나까지도 곱게 접어 간직하셨던 거니까.


 제대로 된 도화지도 아닌 얇고도 얇은 카페의 광고가 적혀 있는 종이. 그곳에 휘날리듯 대충 그려 넣은 너의 모습들. 그 모든 걸 가차 없이 버렸던 너와는 달리 엄마는 그마저도 소중하게 다루어주셨어.


 나까지도 널 버린 마당에 이제 넌 온전히 혼자가 되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돌이켜 보니 항상 네 곁에는 엄마가 있었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학교를 째 버리는 별난 행동을 보여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던,


너 스스로도 끔찍하게 미워했던 네 모습조차 예쁘다, 사랑한다 매일 말해주던,


네가 쓰레기 취급했던 너의 삶까지도 따뜻하게 안아주던 엄마라는 존재는 네가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까지도 항상 네 곁에 있었어.


 우리가 어머니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어머니의 사랑을 헤아리기엔 그 마음의 크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깊고 거대한 것이라, 아마도 그 마음을 다 헤아리기엔 평생을 써도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나도 그리운 캐나다의 밤이다.

이전 05화 도움을 바랐을 뿐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