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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19. 2024

열심히 이겨내고 있을 너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니? 다 알고 있을 거면서 무엇하러 묻냐며 날카롭게 반응할 네가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해. 그래, 알아. 매일 같은 일상이겠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외로웠을 거야. 하루 종일 갇힌 공간 속에서 눈치만 보느라 진이 다 빠졌을 거야.


 누구보다 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그렇기에 너의 하루를 묻는 이 한마디는 결코 가벼운 게 아냐.


 그럼 똑같은 질문이지만 조금 더 세세하게 나누어 볼게. 네가 보낸 오늘이란 날의 날씨는 어땠어?


 아마 날씨 따위 관심도 두지 않았겠지. 나도 옛 기억을 돌이켜 보면 그날그날마다의 날씨가 어땠었는지 거의 기억이 안 나.


 햇빛이 따사로운 날이든, 먹구름이 끼인 날이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이든, 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아주 작은 세상만 바라보고 살아갈 뿐이었기에, 넓고도 넓은 세상을 향해선 눈을 돌려볼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


 네가 몸담고 살아가는 그 좁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아도, 당장의 너에게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그게 전부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


 그런 네가 삶의 전부라고 느끼고 있을 그곳에서 네 가치를 짓밟히게 되면, 그와 동시에 네 삶까지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까지 느껴질 거야.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해주고 싶어. 누가 너에게 뭐라고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너라는 사람의 가치는 오직 너만이 정의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들이 아무리 너보다 잘난 것처럼 보여도, 또는 선생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네 가치를 판단할 수 없고, 그렇게 할 자격도 없다는 걸 꼭 기억해 줘.


 너의 꿈을 무시한다면, 그건 그들의 꿈이 고작 그곳에서 그치기 때문이야. 자신에겐 그 꿈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남들도 똑같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네가 부족한 게 아닌 그들의 꿈의 그릇이 부족한 거니까, 너만의 꿈이 계속해서 빛나도록 소중히 대해줘.




 최근에 길을 걸어가다가 어느 집의 베란다를 보게 되었어. 그곳엔 길게 이어진 줄조명이 휘휘 감겨 있었지. 늦은 오후에 그곳을 지나고 있었기에 조명이 아름답게 어둠을 환히 비추고 있었어.


 하지만 모든 전구들이 빛나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 빛이 나는 전구가 몇 개 이어지다가 갑자기 뚝 끊기더니, 그 뒤를 빛을 내지 못하는 전구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었지. 그렇게 또 열 개는 지나서야 다시 빛을 머금은 전구들이 이어져 있었어.


 갑자기 웬 줄조명 얘기인가 싶겠지만, 난 이 완전하지 않은 줄조명을 본 순간 너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


 삶을 살아가면서 빛나는 순간이 존재하면, 그에 반해 어두운 순간도 존재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런 어두운 순간을 미워하지는 마.


 그 어둠이 있기에 우리는 어둠의 반대인 빛이란 것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 네가 빛을 잃어버린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마.


 그런 날들이 너무나도 오래 지속되고 있어서 이대로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넌 이걸 잊어서는 안 돼.


 무엇이든 끝이 있다는 걸 말이야.


빛을 내지 못하는 전구가 한두 개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저 멀리엔 분명 빛을 머금은 전구가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줘.


 길게 이어진 줄전구에서 몇 개의 전구가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곳을 싹둑 잘라버린다면, 뒤에서 밝게 빛나고 있던 전구까지 모두 빛을 잃어버리게 돼. 이 어두운 전구가 자신의 어둠을 감내하고서도 모두를 이어주고 있기에 이들 뒤에 있는 빛들도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삶도 마찬가지야.


평생 어두울 것만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빛이 나는 순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빛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네가 그곳을 끊어내지만 않고서 계속해서 살아간다면, 흘러갈 것 같지 않던 순간들도 어느샌가 다 지나가 분명 새롭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야.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에 대해서 담임이 그랬어. 난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절대 못할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의 나를 볼래?


난 해외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있어. 원하는 것은 다 도전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 내가 지금껏 일했던 수많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나를 향해 에이스라고 불렀고, 또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캐나다의 한 로컬 카페에선 코워커들이 매일 같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어.

You are the best.


 17살의 나를 보고 멋대로 단정 지어 버렸던 그 담임은 과연 지금의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 사람 밑에서 공부를 해야 했던 17살의 나는? 모두 전혀 몰랐을 거야.


 학교란 게 그 당시엔 네 삶의 전부라고 느껴질 수도 있어. 그 속의 선생님이란 존재는 너보다 아는 게 더 많아서 그들이 하는 말은 다 맞는 말만 같겠지.


 하지만 너보다 더 잘나 보인다고 해서, 너보다 더 위의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이 다 옳은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너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야.


껍데기가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럼 네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들로 인해 흔들리지 않게 될 거야.


 그리고 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빛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더 아름다운 빛을 내게 될 거라는 것도, 넌 분명 알게 될 거야.


 과거의 나에게, 아니 어딘가에서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아름다운 세상이 수도 없이 많아.


 당시 한없이 어두운 전구였던 내가, 환하게 빛나는 전구인 지금의 나를 맞이한 것처럼, 분명 너에게도 곧 밝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


 우리 모두는 다채롭게 빛나는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 고유한 존재가 되어 이 세상을 방문했어.


 그러니 좁고도 좁은 한 세상에만 얽매여 너의 한계를 단정 짓지 말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그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네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넌 행복한 삶을 살아갈 거야.
약속해.
넌 분명 곧 행복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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