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Sep 08. 2024

내가 좋아하는 색

탐구를 시작한 다람쥐

다들 좋아하는 색깔이 뭔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는 질문에 저는 지금껏 파란색이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유를 묻는다면?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릴 적부터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말해왔으니까


이유가 하나라도 퍼뜩 생각나야 할 텐데


참 이상하게도 이유에서 막히게 되더라고요.


한 번 입력되어 버린 [좋아하는 색 : 파란색]이라는 입력값은


입력될 당시의 이유가 세월이라는 지우개로 지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깨달았어요.


나는 나한테 관심이 참 많이도 부족했었다는 것을요.


색깔뿐만이 아니었어요.


좋아하는 음악도, 음식도, 옷 스타일도, 이상형도 전부 다


현재의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닌


예전부터 “ 그래 왔었던 ” 것들의 집합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거나


스스로도 물음표를 띄우게 될 정도로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하지 않고 희미한데


80억 명이 넘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나만의 고유한 개성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어요.


남들과는 다른 [나]라는 사람만의 개성을 찾아가자고요.


그리고 그 첫 시작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분명해져야


나만의 “색”도 분명해져 갈 테니까요.


좋아하는 색을 찾아가는 도중에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그러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를 들여다봐라.]

사실 제가 좋아하는 카페라 하면,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일하게 되기 일 년 전부터 좋아했던 카페였기에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제 갤러리에 참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진들을 보기도 하고

일하는 중에도 잠깐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카페의 구석구석을 오감을 이용해 하나하나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색을 찾게 되었어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기 전의 어슴푸레한 파란색인 프렌치 블루와 사파이어 블루와


주황빛이 은은하게 함께 감도는 사이버 옐로우의 조합을 좋아해요.


그리고 하나를 더한다면 우드톤의 색상도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서 다시 바라보니

예전부터 막연하게 좋아하기만 했던 풍경들의 색들이더라고요.


한국은 LED로 창문 색깔이 대체로 하얗고 밝게 빛나는 데 반해서


외국은 백열등을 많이 사용해서 노란색과 주황색이 창문에 비치거든요.

거기다가 저녁이 되어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는 시간이 되면

위에 적어 둔 블루 계열의 색들이 합쳐지면서

비로소 제가 정말 사랑하는 색들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요.

저는 외국의 조용하면서도 따뜻하고 그리고 몽환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색들의 조합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찾고 나니, 26년을 함께 살아온 나와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들께서도


만약 나만의 색을 찾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언젠간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빛나는 색을 가지게 되어


이 넓은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 빛들과도 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게 되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색을 분명하게 찾았을 때


저는 신나서 이모께 재잘재잘 말했어요.


그러자 이모께서 하신 말씀은 저를 정말 깜짝 놀라게 했죠.


아, 그래서 네가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를 좋아하는구나.


학생 시절에 그 그림이 표지로 되어 있는 노트를 사서 쓰기도 할 정도로


저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생각도 못한 연결고리에


이모의 말씀을 듣고 바로 그림을 다시 찾아서 보자 그제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색들로 가득한 그림이..


무의식 중에서는 계속해서 이 색들의 조합을 좋아해 왔었구나,


그런데 나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그동안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서 그냥 지나쳐 온 거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을

내가 그냥 지나쳐 버렸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려고 해요!!


이 여정을 이곳에 계속해서 담아가려고 합니다.


나에게로의 한걸음이

여러분께도 닿기를 바라며

이만 여기서 “늦어 버린” 연재를 마쳐 볼게요..


그럼 안녕..

+ 가장 소름 돋는 건


제가 일하는 카페 벽에는 그림과 사진, 신문기사 등등이 걸려 있는데요


거기에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도 함께 걸려 있다는 사실..!!!!


우연일까요, 아니면 지금 나의 삶의 방향이 잘 나아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일까요ㅎㅎ

이전 04화 새벽 4시의 자전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