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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02. 2024

함께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혼자가 되기까지

지금까지의 난 심각하리만치 [나]가 아닌 [남]을 우선시하며 살아왔다.


불필요한 불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남들에게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의 인간관계가 더욱 더 건강해질 줄 알아서


그 시작점은 아마도 나의 학창시절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

되려 은따를 당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따갑고도 차가운 시선들을 또 받게 될까

불안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던 나는

어느샌가 물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모든 관계에 나의 모든 집중을 갈아넣다 못해

나의 의견, 가치관, 주관까지도 갈아 없애버리며 살았다.




그렇게 십 년을 살아오니


[넌 어떤 걸 좋아해?]

[넌 어떤 음식이 먹고 싶어?]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나의 의견을 구하는 물음에


너는 어떤데?


모든 입력값에 대한 출력값이 오직 하나인 로봇처럼

자동반사적으로 다시 되묻는 나만 남아 있었다.


먹고 싶은 게 있어도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이렇게 해서라도

상대방과 좋은 관계가 이어지기만 한다면

잘 살아가는 것이라며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를 좀먹는 관계가 더 많아져 있었다.


[만만하게 봐도 상관없는]

[내가 힘들 때만 찾아갔다가 떠나도 되는]

[시간 상관없이 내 얘기만 하고 싶을 때 찾는]

[무시해도 되는]


그런 존재가 되어 있는 관계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사실 은연 중에 알고는 있었다.


건강하지 않은 그 관계들을 끊어내지 못했던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미움을 받는 게 싫었다.

엇나간 관계가 생기는 게 싫었다.

그냥 모든 게 순탄하길 원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질질 끌고 가는 것에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이제는 좀 바뀌기를 하늘도 바랐던 건지

한국을 떠나 해외에 장기간 지낼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일차적으로 난 모든 관계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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