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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02. 2024

함께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관계 거리두기

나와 이어져 있는 모든 관계로부터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첫걸음이었다는 것을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당시엔 외로움과 불안,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행여라도 내가 이어온 관계들에게까지도 해당하는 말이 될까

그렇게 모두에게서 멀어져, 결국엔 혼자가 되어 버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이십대 중반이나 되고서도 혼자가 된다는 게 뭐가 그리 두려웠던 것일까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때까지의 난 그들과의 “ 연결 ” 로부터 나의 존재를 찾기 바빴고

그렇게 나의 시간과 노력을 과하게 쏟아부었다.


이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삶의 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졌고


내가 혼자 지낸다고는 했었지만, 정확히는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이모께선 내가 정말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일 정도로 깨어있는 분이시다.

그래서 그런 이모와 인생에 대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진정한 “ 나 ” 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 네가 원하는 대로 가자. ”


“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 말해줘. ”


남들에게 항상 맞춰주며 살았던 내게 이모께선 항상 그 선택권을 쥐어주셨다.


처음엔

‘ 어떻게 해야 하지? ’

‘ 어디로 가야 하지? ’

‘ 무얼 해야 이모께서도 좋아하실까? ’

라며 머리를 굴리기 바빴었는데


이것이 계속 지속되다 보니,

나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다.


내 취향을 따라 매뉴판을 보고,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길을 걸어 가고,

심지어는 이 노래 말고 다른 노래를 듣는 건 어떻냐며 말까지 꺼내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주관이 없었거나,

있어도 없는 척했던 나에게는

이것은 큰 변화이자 새로운 출발을 뜻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아침 해가 뜨기 직전, 새벽녘 옅게 낀 안개처럼 희미하기만 했던 나라는 존재가 선명해지기 시작하니,

나의 존재감을 타인과의 연결고리 안에서 찾으려 했던 나의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

나의 가치는 오롯이 나로부터 생겨나고,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타인에게서 찾는 것 자체도 잘못된 생각이지만,

만약 그렇게라도 찾으려고 든다면

나라는 사람을 내 삶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연결로 인해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기에,

그들과의 연결은 내 존재의 이유가 되고,

그 연결이 끊어지면 나라는 존재는 죽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 연결 ]이라는 것에 집착하게 될수록

타인에게 모든 것을 맞춰줌과 동시에 나는 뒤로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내 삶에서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는 것이 되는 것이다.




관계에 집착하며 지내던 내가

모든 관계들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 나 ”를 찾게 되었다.


내 안에 “ 나 ”라는 사람이 다시 깨어나자,

그전까지는 보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정리가 필요한 관계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또한 그동안의 내 일상에선 익숙하지 않은 큰일이었기에

내가 이기적인 건 아닌지, 내 판단이 잘못된 건 아닐지

이런 내 행동으로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지

습관처럼 나를 향해 칼을 겨누고서 고민을 하고, 겁을 냈다.




그렇지만 바뀌고 싶었다.


지금까지처럼 희생만 하고서는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니기에

나는 이전의 나로부터 바뀌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불안을 감내하며 내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엔 그렇게 어렵더니

두 번째는 조금 더 수월했고

세 번째는 두 번째보다도 더 수월해졌다.


그와 함께 삶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무 의미가 없는 가벼움이 아니라

해방감, 자유로움으로부터 느껴지는 가벼움이었다.


그렇게 난 관계가 오래되었든 깊든 상관없이

내 판단하에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몸소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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