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 요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말은 나는 지금 굉장히 평온하다는 말이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딱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는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난한 하루들은 기록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온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특별한 날로 기억되지 않는다. 1년 전 길을 잃어버린 길고양이처럼 주변을 방황하고 배회하던 나는 이제 없다.
이러한 평온함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이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오히려 1년 전에 비해 인간관계의 폭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심적으로는 지금이 훨씬 더 안정된 상태이다.
주변의 잡음들이 사라진 지금의 나는 주위 환경의 변화에 크게 관심이 없으며, 내 주변에 정말로 나를 생각해 주는 소수의 사람들 속에서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솔직한 이야기로, 지난 몇 개월 간은 자극적이지 않은 지금의 삶이 무료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졌었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나의 인간관계를 음식에 비유하여 이야기하면 수많은 인스턴트식 만남과 관계 속에서 좋지 않은 양념들에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느 인스턴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어 있던 그 시점에는 그것들이 내 몸을 해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후에도 쉬이 끊어내질 못했다. 평범한 집밥보다는 자극적이고 맛에 더 오랜 시간 노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것들에는 입맛이 당기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극적인 음식만을 찾아 헤매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살았었다.
그러던 나에게 황금같이 내려온 기회가 바로 '발목수술'이었다. 발목을 수술하게 되면서 많은 인스턴트식 얕은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인스턴트식 관계의 사람들은 나의 몸상태보다는 오로지 그들의 재미를 위해 또는 필요에 의해 나를 찾거나 보려 했다.
몸과 마음이 아픈 경험을 하게 된 나는 이제 나를 보호하는데 가장 큰 에너지를 쏟는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을 내 인생의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주위에는 그런 나를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는 이렇게 주어진 평온함 속에서 만들어지는 힘으로 내 사람들에게 도움을 전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무난하게 사는 삶이 더없이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은 짧고 굵다. 하지만 은은하고 소박하며 변함없는 것들은 평생토록 함께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