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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23. 2024

사랑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며.


내가 지난 3월부터 연애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직장동료 (여직원)의 연애로부터였다. 


30살을 앞두고 결혼을 노래 부르던 여직원은 그 당시 여러 사람으로부터 남자를 소개받았었는데 몇 번 인연이 닿지 않은 이후 현재의 남자친구와 연이 닿아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본인의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몇 번 거절을 하기도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둘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연애의 첫 시작점에서부터 여직원이 남자친구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만나면서부터는 남자친구의 애정공세와 관심을 받으며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둘은 여기저기 여행도 자주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고 누구보다 자주 만나는 커플이었다. 


그렇지만 그들 사이에 균열이 없었냐고 한다면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이, 사귀는 사이에 중간중간 여직원이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과 푸념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 


"00 씨 남자친구 정말로 좋아하는 거 맞아요? 별로 안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


그도 그럴 것이 여직원의 푸념들은 내가 느끼기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연애를 하며 '넌 왜 이것도 안 해?' '네가 나한테 잘해야 내가 널 만나는 이유가 생기지.'라는 식의 말들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말을 할 때면 여직원은 아니라며 큰 목소리를 내며 손을 내저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자친구의 행동을 매번 테스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지난 연애에서 그래봤던 경험이 있기에) 


둘이 티카타카가 되지 않았던 부분 중 또 하나는 성격적인 부분이었는데, 여자는 F, 남자는 T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 대화를 하면서 특히 여직원이 마음을 다치거나 상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들이 연애를 시작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 여직원은 결국 '이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붙잡고는 있지만 이미 돌릴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어서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작년 말 1년 어간의 만남을 정리한 나는 너무나 지쳐있던 상태였다. 나의 지난 연애는 마치 현재 여직원과 남자친구의 관계와 비슷한 만남이었다. 상대방이 나를 더 좋아했고, 나는 그다지 마음이 없었지만 그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와 따뜻한 태도에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나도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초에 마음이 크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에 맞게 바뀌기를 요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연애를 끝내자는 말도 자주 했었는데 전 남자친구는 항상 나를 붙잡았기에 서로에게 상처만 남은 연애를 쉽사리 끝낼 수도 없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연애를 끝내는 과정에서도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지난 연애를 정리하고 나서 더 이상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에서 소개를 해주겠다고 해도 나는 손사래를 쳤고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고독한 시간을 즐겼다. 그 당시의 나는 고양이와 함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했었다. 


그렇게 3개월가량 나만의 시간을 즐기던 내 눈앞에 파릇한 생명체와 같이 나타난 신생 커플은 나의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조금씩 살려냈다. 여직원은 매일같이 점심시간이면 남자친구에게 받은 것들, 좋았던 일들을 우리에게 털어놓았는데 그 표정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나도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연애를 다시 해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을 꾸미고 남자친구로부터 받는 사랑에 누가 봐도 점점 예뻐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것은 필요한 요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간 사양해 오던 새로운 남자와의 만남을 다시 도전하게 되었고, 결과 지금의 남자친구를 소개받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지난 연애와 크게 달라진 내 모습에 놀랐고, 내 주변 지인들 역시 나의 변화를 놀랍게 느끼고 있다. 나는 주장이 정말 강하고,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여태 연애를 하더라도 내 시간과 에너지, 금전적인 부분까지 최대한 내가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연애를 해왔다. 이 부분이 맞지 않는다면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런 내가 지금의 남자친구에게는 한없이 약해진다. 


전 남자 친구에게 불만이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그를 봐도 화가 나지 않고, 그냥 넘어가진다. 이 부분은 콩깍지의 영역인 것인지 아직도 지켜보고 있는데 여전히 화가 나지 않고 넘어가진다. 나도 너무 신기하다. 그리고 그를 판단하기보다는 존중한다. 그와 다툼은 있을지언정 헤어짐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감싸주려고 한다. 남들이 그를 흉보지 않게 치켜세워주고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내 눈에는 가장 멋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이 모든 부분은 전 남자친구와 정반대 되는 심리이다. 


나의 남자친구는 단점이 하나도 없거나 누가 봐도 엄청 잘난 사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최선이자 최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배울 점이 있으며, 의지가 되기에 내 것을 나누어서라도 그와 결혼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할 짝은 내가 받기만을 바라는 치우친 관계이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메꿔주는 동등한 형태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다른 형태의 관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수평의 밸런스를 서로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가 좋고, 그게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서 평온함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누가 봐도 좋은 남자를 만났다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딱 맞는 짝을 만났다고 있을 것 같다. 이런 연애경험 하에 있는 나는 여직원에게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이 들어 헤어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는 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냐는 말에는 아니라고 답하는,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겠냐는 말에 흔들리는 상태라면 이 관계는 서로를 위해 끝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나 : "00 씨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걸로 화가 안 날 수 있어요, 

      아니면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 내 생각을 바꾸게 되더라고요"

여직원 : "그럴 수가 있어요? 애초에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나 : "나도 없을 줄 알았는 데 있더라고요. 언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있어요."


다음번에는 가능하면 더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00 씨의 마음을 포용해 주는 연상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로 이렇게 우리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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