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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Sep 06. 2019

클레이로 추석상 차리기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이야기(1)

클레이 아트를 준비하고, 또 개별적으로 가져오고 싶은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아 이틀 전부터 수업 공지를 했어요. 역시나 오늘 아이들은 클레이 수업에 대한 큰 기대감으로 교실에 들어옵니다.

클레이가 없는 아이들은 "선생님 저 클레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하는 걱정의 말이 하루의 첫마디입니다.

애초에 학교에서 클레이를 준비한다고 공지했음에도 친구들이 개별적으로 들고 오기도 하니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생겼나 봅니다.

"없으면 당연히 선생님이 주죠!" 이 말에 안심하고 자리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귀엽습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다른 아이들이 쓸 것까지 챙겨주시기도 해요. 덕분에 더욱 넉넉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사실 추석상 차리기는 음식을 작게 만들기 때문에 클레이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가 쓰려고 가져온 아이들도 친구들이 부족해할 때는 언제든 나누어줍니다.

준비물 걱정, 준비물 때문에 주눅 드는 마음이 아무에게도 없도록 하는 것이 수업의 첫걸음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서로 도와 안정적으로 돛을 올린 기분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기대를 해서 1교시가 8시 50분부터 이지만 8시 35분부터 15분이나 일찍 수업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한창 몰입해서 시도하고 있는데 시간 때문에 끝나는 것은 너무 아쉬워요.

우선 송편 만들기와 가을 과일 만들기부터 설명을 했습니다.

송편에 들어갈 소를 위해 교실에 많이 있는 빨대를 잘라두었습니다.

저도 송편을 만들고, 송편과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하나 만들어 봤어요.

(아이들이 왜 솔잎이 송편 위에 있냐고 ㅎㅎㅎ)

빨대를 활용한 송편 소
송편과 솔잎
클레이로 만든 벤티 사이즈 커피! 부모님들께    이미지로나마 커피를 쏩니다. :) 




기본적으로 송편과 과일을 만들고 나서는 좋아하는 음식으로 마음껏 상을 차릴 수 있게 해 줬어요. 

몇 가지 음식을 시범적으로 보여줬더니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 나왔네요.


가장 많은 아이들이 만든 음식은 초밥입니다. ^^


요즘 중국에 관심이 많은 D가 만든 '중국 명절 때 먹는 월병'이라고 합니다.
꿈이 개그맨이라고 요즘 개그에 열을 내는 H의 '귀신 사과'

또 다른 H가 만든 도넛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40분 정도 공을 들여 만들었답니다. 실제로 보면 기계로 만든 듯 표면이 정교해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완성도가 중요한 아이도 있어요. 아이들 각자의 빛깔이 아름다워요.  



배를 만들더니 나중에 아래에 뭔가 더 생겼어요. 파란색은 화로고 빨간색은 불이었어요.

S가 이걸 설명하는데 너무 재밌어하고, 실제로 아이디어도 멋졌지만, 좋아하는 S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저도 한참 웃었네요.


아스파라거스와 스테이크

처음에 J가 스테이크를 만든다고 할 때 이렇게 멋진 걸 만들 줄 예상 못했어요.

아스파라거스와 소스, 고추와 흰 소금까지. 1학년 4년째 하며 스테이크 만드는 아이는 처음 봤어요. 그리고 너무 잘 만들었네요.


케이크래요. 반 친구들 중 처음으로 케이크를 만든 데다가 나름 공을 들여 여러 색깔로 장식했어요.


남은 클레이를 모두 뭉쳐 하루 종일 이걸 만들었다 저걸 만들었다 하면서 놀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찍다가 그다음부터는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었더니,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사진을 더 못 올리네요. 나머지 사진은 학급 밴드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고 재치 있네요.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요.


넘쳐나진 않아도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준비물과

딱 알맞은 시간. 아이들의 몰입. 웃는 얼굴.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힘든 마음이 먹구름처럼 덮혔는데 

1교시 클레이 수업에 대한 글을 쓰며 그 이후 일정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렸어요. 


늘 좋은 일만 있는 날, 

늘 나쁜 일만 있는 날은 없는 것 같아요. 

좋았던 일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 큰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요, 오늘은, 

좋은 하루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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