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뉘앙세 Aug 12. 2020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반말로 쓴 감상문 1. KIDDING (키딩) 2018

키딩 시즌1 (2018), 미국드라마 10부작


잘 지내?


나는 이따위 질문을 듣고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져

질문에 아무런 의도가 없는 것도, 그냥 안부를 물어보는 거 알아.
근데 왜 복잡해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거든.

재밌는 건 뭔지 알아? 난 대답을 잘해. 

잘 지낸다고 말하거나 위트 있게 농담하며 넘어가지.


마치 이 드라마 키딩처럼 말이야. 나에겐 인형 같은 내가 있어.
어떻게 생겼냐고? 눈은 깊게 파였고 코는 삐뚤어졌겠지? 

아마 입은 엄청 컸을 거야 큰 소리 내는 걸 좋아하거든 인형 같은 나는 말이야.

아마 되게 많이 찢어졌을 거고 찢어진 부분은 아마 거의 다 꿰매었을 거야
수없이 상처 받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꿰매며 살아왔거든.
물론 손도 못 댄 상처도 많아. 누구나 몇 개씩 가지고 있잖아? 

아 확실한 건, 인형 같은 나 앞에서는 아마 '잘 지내?' 이런 질문은 못할걸? 


'잘 지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볼게

나도 내가 잘 사는지 잘 모르겠어 그럴싸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거 같기도 해

때론 삶이 눈부시게 아름답다가도 때론 당장 터져 멸망해버릴 거 같기도 하단 말이야.


어른이 된 내가 보는 시각과 아직 인형인 내가 보는 세상은 좀 달라.

키딩처럼 말이야. 우린 어른의 모습을 하고 인형극 같은 삶을 살길 바라.

상처는 극복되고 어려움은 이겨내고 사랑을 이야기하느라 바쁘지.

근데 삶은 인형극이 아닌 순간들이 더 많아.

상처는 꿰매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거나 포기해서 방치되어 있고 
어려움 앞에는 꽤 자주 주저앉아 있지. 사랑보단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서 사랑을 잊곤 해.

그래서 내 인생은 때론 견딜 수 없어.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건가. 밝은 이야기도 해볼게.

우리는 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인형극을 하고 있는 걸까. 포기해버리면 편하단 걸 알면서도.

근데 가만히 살펴보면 나만 그렇지는 않아. 우리 부모님도 너도, 모두가 그렇지.

내가 가진 것들로 인해 쉽지 않은 하루를 보내지만 그것 때문에 우린 살아가기도 하지. 

어려운 일이지만 그건 괜찮아. 우린 서로 기대며 잘 살고 있으니까.

우린 인형극이 인형 하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인 거 같아.


우리의 인형극은 '사랑', '우정', '성취', '행복' 만을 주제로 하는 인형극은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는 '상실'일지도. '죽음'과 '떠남' 모두를 포함하지.

'상실'이라는 주제는 우리에게 안간힘 쓰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거든.

때론 아무것도 아니거나. 다시는 놓치지 않을 만큼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지.


우리가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그래서 다시 일어나려 할 때 참 많이 아프고 힘들잖아?

남아있는 서로가 힘이 되어주면 좋겠어. '상실' 또한 인형극의 주제 중 하나로 지나가버리게. 

어떻게 하냐고?

어려울 것 같지만 쉬워. 제프 형이 알려줬어.

우리 서로에게 이 말을 해주자


듣고 있어


    

#짐캐리

#미셸공드리

#키딩
#왓챠플레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