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효과에 빠져있던 과거에 대한 후회 (1)
많은 어린이들이 '나는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다가, 커가면서 자신이 남들과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 생각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는데, 주변에 잘난 친구들이 있으면 나도 당연히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못난 친구들이 있으면 나만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요즘 말로 자기 객관화가 덜 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주위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그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그들과 같이 피시방을 가며 놀았기에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처참한 모의고사 결과를 받아도 막연한 불안감을 뒤로하고 ‘수능은 잘 보겠지’라고 생각했다. 내 친구들은 다들 잘 봤으니까.
첫 수능 결과를 받은 어머니는 나를 끌고 ‘입시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찾아가 내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그 사람은 수능 성적 별 대학 및 전공 입시컷을 표로 만들어 놓은 종이를 짚어가며 내가 어디를 지원할 수 있는지 기계적으로 읊었다. 친구들처럼 SKY를 갈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내 점수로는 여태 들어보지 못했던 대학들 이름만 듣고서는 충격을 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말했다. ‘한 시간에 50만원을 받는데, 저런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창문의 작은 틈으로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 걸음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자유를 갈망하던 재수학원 시절을 마치고, 다행히 원하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나는 경제학과를 지원했는데, 그 이유는 딱 둘이었다. (1)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경제가 재미있었다 (2) 다들 경영학과를 1순위로 지원하는데 그게 고까워서 경영학과를 지원하지는 않겠다.
내 남은 인생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전공 선택을 저런 이유로 한 것에 대해서는 재학 중에 두고두고 후회했고, 졸업하고서는 더더욱 후회했다. 들어보니 경영학 수업이 더 재미있었고, 사기업에서 일 하기에는 경영 전공이 경제 전공보다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경제학 수업에서는 이를 Snob Effect(백로 효과)라고 하더라.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남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오히려 선호하지 않는다. 듣자마자 ‘나 같은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