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새싹

멈춰 선 파란 불

by 어느좋은날
0001.jpg

빨간 불이 켜집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삐 걷던 발걸음들이 멈춰섭니다

‘깜빡깜빡’ 빨간 불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멈춰 섰던 발걸음들이 다시 바쁠 준비를 합니다

이내 파란 불이 들어오고

다들.. 바닥에 새겨진 하얀 사다리를 성큼성큼 건너갑니다

파란 불이 들어왔지만 발걸음 하나는 계속 멈춰 서 있습니다

파란 불이라고 반드시 건너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학창 시절.. 집 앞 횡단보도 신호등 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파란 불 속에 들어있는 사람이 누워있었거든요

처음엔 그냥 ‘고장났네?’, ‘웃기네’ 하고 지나쳤었는데..

어느 날.. 그 신호등에 평소와 다르게 눈이 가더군요

‘파란 불이지만 쉬고 싶을 때도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빨간 불엔 멈춰 서고.. 파란 불엔 건너가라고 배웠습니다

빨간 불엔 당연히 멈춰 서야겠지만..

파란 불에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잠시 멈춰 서 있어도.. 파란 불은 다시 들어오니까요..

어느좋은날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529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그곳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