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나와
울타리 밖 세상으로 당차게 나섭니다
자신의 발걸음을 막아서는 울타리가 없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풀도 마음대로 먹고
나비도 쫓아다녀 보고
발을 헛디뎌 진흙탕에 빠지기도
코를 골며 낮잠을 자는 호랑이 옆을 조심스레 지나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 놀을 보며
울타리 밖 세상이 생각보다는 편치 않다 생각합니다
울타리가 그리워집니다
때마침 저 멀리서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울타리로 돌아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하루가 참 길다 느껴졌던 양은
들려오는 종소리에 마음이 놓입니다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음에..
돌아가 아무런 걱정 없이 쉴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얻습니다
한 해가 어김 없이 저물어 갑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기 위해
한 해를 돌아봅니다
몇 개의 눈물 짓고 웃음 지을 수 있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 외에 날들은 평범함으로 묶여져.. 기억 속에서 이내 사라지겠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은 웃고 울지 않은.. 그 평범한 하루들이 있었기에
올 한 해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평범한 하루들이 존재 할 수 있었던 건..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끝마쳤다 느낄 수 있는..
귀로(돌아가는 길)의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평범한 하루를..
그 보통의 오늘을..
무사히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있는.. 혹은 있을.. 당신에게도
평범함으로 묶여 이내 사라질..
그렇기에 소중할..
귀로의 위로가 함께 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