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에게 묻다. "어떤 인재를 뽑겠습니까?"

대답은 놀랍게도..

by April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

하버드대학교 Change Leadership Group 디렉터 토니 와그너(Tony Wagner, 현재 하버드 Innovation Labs 상주 전문가)는 고민에 빠졌다. 12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교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번번이 부딪히는 것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A+를 받던 학생이 회사에서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뭔가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Tony Wagner

그래서 그는 교실이 아니라 현장으로 가서 학자들의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뽑고 해고하는 CEO들에게 직접 질문을 했다. "21세기에 당신은 어떤 사람을 뽑습니까?"


토니는 비즈니스 리더, 군 지휘관, 시민단체 리더들을 만났다. Apple, Cisco, Unilever, 그리고 미 육군까지. 그리고 2010년, 그는 충격적인 결과를 책으로 펴냈다. 『전 세계 성취 격차(The Global Achievement Gap):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직업인으로,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삶에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이유—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 결과는 명확했다. 기업들이 원하는 건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반도체 기술 회사 사장이 뽑는 인재 1순위

반도체 진공 펌프 기술회사 Edwards Vacuum(Atlas Copco 그룹 소유)의 Chemical Management Division 사장, 그 중심에는 엔지니어 출신의 리더 클레이 파커(Clay Parker)가 있었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는 경영자를 넘어, 기술의 본질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와그너가 "어떤 사람을 뽑습니까?" 라는 질문에 당연히 클레이가 기술력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답은 예상 밖이었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을 먼저 찾습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질문하는 법은 가르칠 수 없습니다.


와그너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다음엔요?" 파커는 이어서 말했다.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팀으로 합니다. 다른 사람과 협업을 못하는 인재는 무용지물이에요. 또, 고객과도 소통해야 하고요, 고객이 뭘 원하는지 질문으로 끌어내야 우리가 다음에 뭘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있거든요."


기술력? 그건 두 번째, 세 번째였다. 1순위는 질문 능력이었다.


과학자도, 군인도, 같은 말을 했다


와그너는 더 파고들었다. 혹시 이게 비즈니스계만의 이야기일까? 과학자 마이크 서머스(Mike Summers)를 만났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 사람들이 우리 환경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들이 가장 큰 문제를 가장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요.


미 육군은? 똑같았다. "명령을 잘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파악해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원했다. 전쟁터는 교과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외운 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문제인지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다양한 리더들을 인터뷰한 결과, 패턴이 선명했다. 산업, 직종, 국가를 막론하고, 21세기 인재의 1순위는 '질문 능력'이었다.


그런데 학교는 정반대를 가르치고 있었다

와그너는 다음 단계로 갔다. 그럼 학교는 질문 능력을 가르치고 있을까? 그는 미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학교들을 찾아갔다. 부유한 동네, 명문대 진학률 90% 이상, 최신 시설, 최고 학력의 교사들.

그리고 그는 절망했다.


수업은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는 구조였다. 아니, 정확히는 교사가 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은 그 답을 외워서 맞히는 게임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해는?" "이차방정식의 해는?" "광합성의 원리는?"

학생이 질문하는 시간? 거의 없었다. 질문하면 "수업 방해"로 간주했다.


최고의 학교조차 21세기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을 가르치지 않고 있었다. 와그너는 말했다. "우리는 미래의 리더인 학생들에게 19세기 공장 노동자 훈련을 시키고 있다. 명령을 따르고, 정해진 절차대로 하고, 질문 없이 반복하는 것. 그런데 21세기 일자리는 그 정반대를 요구한다."


장기전에서 이기는 리더십: 질문이 답을 이긴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질문하는 리더와 지시하는 리더, 누가 더 성과를 낼까?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2012)에 실린 연구 'Examining the Differential Longitudinal Performance of Directive Versus Empowering Leadership in Teams'가 이 질문에 답했다. 로린코바(Lorinkova), 피어살(Pearsall), 심스(Sims) 교수팀은 60개 팀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 지시형 리더십 (명확한 지시, 기대치 명시, 통제)

B그룹: 권한부여형 리더십 (자율성 부여, 책임 위임, 질문 장려)


초반 5라운드, A그룹이 압도적으로 이겼다. 명확한 지시는 빠른 결과를 냈다.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6라운드부터 역전이 시작됐다. B그룹은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왜 이렇게 하지?"를 스스로 질문했다. 팀원끼리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에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했다.


결과는? 장기적으로 B그룹의 성과 개선률이 A그룹을 넘어섰다. 10라운드가 끝났을 때, 두 그룹의 성과는 비슷해졌다. 하지만 학습 능력, 적응력, 혁신 능력은 B그룹이 압도적이었다.


단기전엔 지시가 이긴다. 하지만 장기전엔 질문이 이긴다.


질문할 수 있는 능력

토니 와그너가 20여 년 전에 발견한 진실은 어쩌면 지금이 더 절박한지도 모르겠다. AI 시대, 답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희귀하다.


치열한 기술 시장의 한복판에 있었던 리더, 클레이 파커가 한 말, "기술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은 가르칠 수 없다." 이건 틀렸다. 정확히는,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AI가 무엇이든 답이라며 내놓으니, 그것이 맞든 틀리든, 우리는 질문하는 능력, 사고 근육을 쓸 이유조차 잃어 가고 있다.


조직에서 지시형 리더는 단기전에 유리하다. 하지만 장기전의 상황, 빠르게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오직 올바른 권한 부여형 리더, 질문을 장려하는 리더가 유리하다.


오늘 당신이 한 질문 중 당신의 미래를 바꿀 질문은 몇 개나 되는가?


당신은 지금 질문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답을 소비하고 있는가?


AI가 모든 답을 내놓는 시대, 당신은 여전히 질문할 수 있는가?


질문 없이 답만 소비하는 것은 생각 없이 사는 것과 같다. 인스턴트 식품이 몸을 망가뜨리듯, 손쉬운 답은 당신의 사고를 무디게 만든다. 질문하라. 그것이 당신의 뇌를, 당신의 미래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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