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시간이 있는데 제 도움을 받으시겠어요?
‘딱 1시간이 있는데 제 도움을 받으시겠어요?’
면접학원에 출강할 때 처음 만난 정웅씨(가명)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당장 내일 면접을 본다는 그는, 모의면접에서 너무 떤 나머지 제대로 된 답변 하나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포자기 심정이던 그 학생의 모습을 보니, 그냥 퇴근해도 되는데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면접장에서 긴장하면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요?
보통의 취준생들은 면접 준비를 한다면서 예상 질문에 답변을 작성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노트북을 켜고 빈 화면 앞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오죽하면 ‘자소서 지옥’에 한 번 더 빠진다고 할까요. 잘 안써 집니다. 그래서 합격자 후기를 보면서 그들의 답변을 벤치마킹을 합니다. 자소서 작성에 도움(?)이 된 AI도 한 번 더 활용해봅니다. 문제는 그 속에 ‘진짜 나’는 점차 적어지고, ‘가공되고 부풀려진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망설여졌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대로 갑니다.
힘들게 면접답변을 쓰고 나면 글로 쓴 문장을 외워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정웅씨도 그렇게 준비해서 모의면접에 참석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잘 외워서 답변해도 로봇같은 표정이고, 잘 외우지 못하면 버벅거립니다. 준비안된 답변이 나오면 뇌는 정지 하죠. 수많은 취준생이 마지막 관문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나같지 않는 나’를 말하는 긴장 때문입니다. 면접을 정답암기 시험으로 생각하고, 그 정답에 끼워맞춘 어색한 나로는 합격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의 원칙은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첫째, 쓰게 하지 않습니다.
둘째,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재연합니다.
그 원칙으로 고안한 구구맵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구맵 스피치
(구) 글로 면접답변을 쓰지 말고, 대화를 녹음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하자.
(구) 그 녹음을 녹취해서 내레이션으로 바꾸면 면접답변 준비 끝
(맵) 외우지 말고 키워드로 맵핑하고 이미지로 떠올려서 말하자.
(스피치) 가장 중요한 것은 재연(Replay)이다. 행복한 수다의 모습을 촬영해서 그 표정을 재연하자.
대부분의 취준생은 노트북을 켜고 글로 답변을 쓰는 순간, 자신의 진짜 매력을 잃어버립니다. 어색한 문어체와 남의 합격 자소서를 흉내 낸 ‘만들어진 나’는 면접관 앞에서 긴장과 불안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단 한 시간의 코칭을 받던 정웅 씨(가명)가 바로 이 ‘구구맵’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왜 그렇게 떨죠? 면접관의 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은데…. 원래 그런가요?" 그에게 '면접은 이렇게 봐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수없이 들었고,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요.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 하나는 영상 촬영을, 다른 하나는 음성 녹음을 하도록 설정한 뒤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잠시 면접 준비라는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자고 제안했죠.
그는 30대 초반의 기혼자였습니다. 배우자가 어떤 점에 끌렸는지 묻자, 정웅 씨가 ‘유머’라고 대답했을 때 저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습니다. 모의면접에서의 어둡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구겨졌던 얼굴이 점점 펴지면서 정웅 씨는 신나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알았어’라고 평범하게 말하는 대신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 있게 ‘알았어용’이라고 답하는 위트를 그녀는 좋아했습니다. 프러포즈할 때도 거창한 공약보다 “평생 웃게 해줄게”라는 진심 어린 한마디로 그녀를 감동시켰습니다. 그런 그가 면접의 긴장감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프러포즈 순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는 타고난 재담꾼이었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자기소개는 문제없겠군.’
다음은 이전 직장의 모습에 대해 같이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면접? 그런 생각은 잠시 하지말라고 다시 강조했죠. 친구가 친구에게 ‘회사 다니는 거 재미있냐.’고 묻듯 회사를 다니면서 재미있었던 일, 힘들었던 일, 칭찬받은 일등 다양하게 주고 받았습니다. 직장에서 메모습관으로 칭찬을 받은 적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빙고를 외쳤습니다.
"정웅 씨, 내일 면접장에서 오늘 같은 어두운 표정일지, 아내 앞에서 장난치는 밝은 모습일지는 정웅 씨가 선택하는 겁니다. 방금 저와 이야기 나누는 동안안 환하게 웃던 모습과, 아까 모의면접에서의 모습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바로 '이야기의 선택'이 달랐습니다. 스스로도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니 무표정했던 겁니다. 하지만 방금 저와 나눈 대화는 즐거웠죠. 면접관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면접관은 꾸며진 모습이 아닌, 친구가 옆에서 보는 진짜 당신을 알고 싶은 겁니다. 오늘 대화는 녹화해 두었으니, 영상을 반복해서 보세요. 보고 또 봐야 합니다. 자꾸 보면 아~ 내가 이렇게 웃으며 말하는구나. 그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영상속의 밝은 미소를 재연하세요. 내가 나를 롤모델 삼아서 따라하는 겁니다. 그것이 안되면 다른 어떤 것도 필요없습니다. 면접관을 웃게 만드세요."
물론 밝기만 하면 가벼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직장에서의 꼼꼼했던 경험을 이어서 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사람 좋고 일 잘하는’ 정웅 씨를 안 뽑을 이유가 없도록 말이죠.
그는 면접 후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코치님, 두 가지 스토리 모두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긴장될 때마다 '괜찮다, 믿는다'라고 되뇌면서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남부발전 최종합격 이었습니다. 불과 한 시간의 코칭이었지만 그는 코치의 말을 따랐습니다. 정답달고 외우는 방식으로는 합격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 이판사판이다! 시키는 대로 해보자. 이런 마음이었겠죠. 영상을 반복해서 집중적으로 보았고 영상 속의 ‘진짜 나’를 연기했습니다. 흔히 면접을 거짓 나를 연기한다고 비야냥 된다면 정웅씨는 그것이 아니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 모습 그대로를 재연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면접 준비의 패러다임을 이제 바꿔야 합니다. 글로 쓰지 마세요. 문어체로 쓰고 구어체로 연습한 뒤 다시 문어체로 고치는 과정을 멈추십시오. 구구맵 하세요! 처음부터 입말(구어)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그 내용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맵핑)해서 이야기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