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려도 한번 해보면 피식피식 웃게 된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오래간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순간들은 언제인가요? 언제든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드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소소함은 어디에 있나요?
우린 행복을 좇아 앞으로 달린다. 행복하려고 돈을 벌고, 행복하려고 사랑을 찾고, 행복하려고 물건을 소비한다. 가끔 모두가 행복에 중독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 막상 '나 요새 너무 행복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누가누가 더 불행한가 시합하듯, 아니면 불안함을 토로하는 게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인 듯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SNS에서도 행복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진짜 행복해서 포스팅을 하는지, 이런 행복한 나를 올리면 남이 부러워할 거 같아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지. 한 잡지에서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새해 소망에 대해 물으니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세상이 되길'이라고 했는데 그게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내 작은 행복이 중요한데 내 행복이 남과 비교했을 때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면 내 행복은 행복이 아닌 걸까.
흔하고 오글거리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감사일기를 쓰라고들 한다.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지만 너무 현재 삶이 팍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얘기마저 듣기 싫어한다. 내 삶이 이것보다 나아진다면 분명히 행복해질 거라 착각하는 것이다.
은퇴하신 부모님을 봐도 주위 사람, 그리고 책이나 미디어 속 인물들을 봐도 그 어떤 상황에서든 감사하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이 행복해한다. 행복에 대한 생각도 부익부 빈익빈인 건가. 억지로 행복하려고 머리를 쥐어짜기보다 매일매일 피식거리거나 입꼬리가 올라갈 때 하나씩 메모해서 조금씩 작은 행복을 늘려간다면 사람들의 행복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소소한 행복들 투척.
1. 인생을 이제 40개월 살았는데 40년 산거 같은 말을 하는 첫째를 볼 때 너무 웃기고 귀엽다.
2. 병맛 B급 개그 드립을 볼 때 너무 신난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쉬울 정도다.
3. 들깨칼국수 인생 맛집이 있는데 거기 들깨칼국수를 포장해와서 집에서 온 가족이 먹을 때 세상 행복하다. 겉절이랑 같이 먹으면 핵 꿀맛이고 칼국수 다 먹고 밥도 비벼먹고 배 두드리며 쉴 때 너무 행복하다. 첫째 아이도 너무 잘 먹는 메뉴다. 들깨칼국수 먹은 다음날은 어린이집에 가서 하루 종일 선생님들한테 자랑해서 알림장에 그 내용이 쓰여있을 정도다. 어린이에게도 핵 꿀맛인가 보다.
4. 요새 성장 중독이라 영상들을 되도록 안 보는 편인데(영상 보느라 시간이 너무 순삭 되어서) 점심 먹을 때 혼자 잠깐 10~15분간 넷플릭스 음식 다큐를 찔끔씩 이어서 보는데 그 순간이 세상 짜릿하고 행벅하다... 행복 아니고 행벅....(하트) 바쁠 때 아주 잠깐 갖는 휴식이 세상 짜릿한 것처럼.
5. 예전에는 뭔가 많이 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못한 거 같아 조급하고 자기 전까지도 죄책감이 들었었다. 지금은 글 쓰고, 책 찔끔이라도 읽고, 그림 그리고, 저녁에 2.5킬로 달리고, 저녁밥 잘 만들어 가족 먹이고 나면 세상 뿌듯하다. 열심히 사는 게 지치고 힘든 게 아니라 세상 뿌듯하다. 자려고 누웠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6. 갓 돌 지난 둘째가 넙죽넙죽 밥 잘 받아먹고 잘 클 때 뿌듯하다. 포동포동한 게 내 훈장 같다.
7. 모유 먹일 때 나랑 둘째 쪼꼬미랑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8. 남편이 요새 나의 긍정 파워에 전염되었는지 편안해 보인다. 행복하다.
9. 매일 밤에 달리고 나면 행복하다. 내가 매일 한 단계씩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듯한 기분이 든다.
10. 구글 애드센스 수익이 0.1불이라도 오르면 기분이 째진다.
11. 둘째 지윤이가 새벽에 안 깨고 쭉 자면 나도 푹 자게 되니 컨디션이 최상이라 세상 행복하다.
12. 세상에 멋진 사람들이 많고 내 주위에 성장 중독자인 멋진 동료들이 많다는 것에 너무 행복하다.
13.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서 행복하다.
14. 비바람 막을 집이 있어서 행복하다.
15. 우리 침대 매트리스가 꿀잠 자기 너무 좋은 상태라 누울 때마다 행복하다. 어디 다른 호텔 하나도 안 부럽다.
16. 맛있는 떡볶이 소스를 발견했을 때 세상 행복하다.
17. 요새 매일 2개 글은 기본으로 올리고 있는데 한 달에 글 4~5개 쓰던 게 max였던 내가 이렇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다. 너무 짜릿하다. 포스팅 일자를 보면 10월 1일, 그다음 글이 10월 9일.... 이 아니라 1일, 2일, 3일, 4일..... 이런 식으로 연속으로 매일 업로드된 걸 볼 때 짜릿하다. 스탬프 모으는 기분이다.
18. 현재의 나에게 너무나 찰떡으로 도움이 되는 글이나 책 구절을 읽으면 세상 날아갈 듯이 기쁘다. 보물을 발견한 것 같다.
19. 햇살 좋은 날 산책하면 잠시 하와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기분이 좋다.
20. 브런치를 켜서 글을 쓸 때 기분이 좋다.(최종 업로드 공간이 네이버든, 티스토리든 나는 초안은 무조건 브런치로 쓴다. 작가의 서랍에 넣어놓는 한이 있더라도)
21. 길가다 길냥이를 발견할 때. 너무 귀여웡.
22. 아삭거리는 샐러드 먹을 때 너무 기분이 좋다. 상큼한 드레싱의 향까지도.
23. 의도하지 않은 내 드립에 사람들이 빵 터져 줄 때.
또 생각나면 업데이트해야겠다.
쓰고 나니 기분이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