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대한 소고(小考)

근속 10주년에 즈음하여

by Dr Kim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10년 이상 근속했던 조직은 두 곳이다. 하나는 군(軍)이고 또다른 하나는 현재 재직 중인 곳이다.


한 조직에서 10년 넘게 몸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익숙함이다.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익숙함도 있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익숙함도 있다.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익숙함도 빠질 수 없다.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익숙함이란 적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모양이고 어떻게 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공간에서의 움직임에 있어 자유로우며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이러한 익숙함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익숙함이다.

시간의 흐름만으로 느낄 수 없는 익숙함도 있다. 그것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익숙함이다. 이는 적어도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동기가 뒷받침되었을 때 가능하다. 역량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익숙함은 그 일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시간이나 자원 등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등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

만일 하고 있는 일이 매순간 새롭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기점으로 반복되거나 순환되는 유형의 일이나 특정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일라면 더욱 그렇다. 일에 대한 개인의 익숙함은 때때로 능숙함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아울러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익숙함 역시 저절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익숙함이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선택 등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들로부터 기인한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속적인 관심과 상호간의 배려 등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2025년 2월 2일은 지금 속해 있는 조직에서 근속 10년이 되는 날이다. 이 시점에 즈음하여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익숙함을 되돌아봤다.


익숙함이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고 무미건조함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나에게 있어 익숙함은 주도성과 자발성의 디딤돌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공간에 익숙했기에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일에 익숙했기에 다양한 콘텐츠와 교수학습방법을 제안하고 개발해왔으며 적용해볼 수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사람에 익숙했기에 인연을 소중히 하고 다채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

익숙함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익숙함은 현실에 안주하라는 유혹의 손길도 끊임없이 내민다. 그래서 익숙함을 느끼는 순간을 크고 작은 변화나 개선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익숙함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신호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개는 지금 머물고 있는 곳,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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