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순환 그리고 전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과나 결과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떠올려볼 때 우상향이나 우하향 혹은 수평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위기가 아니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며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기는 오히려 오르락내리락 하는 양상을 보이는 그래프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정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대책을 마련하는데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리더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리더십의 위기는 일명 VUCA로 일컬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접근했다. VUCA는 1987년 미육군 대학원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글자로 만든 용어다.
그러나 최근에는 VUCA를 넘어 BANI로 넘어갔다. BANI는 2018년 미래학자 자마이스 카시오(Jamais Cascio)가 처음 만든 용어다. 깨지기 쉽고(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ar) 이해할 수 없다(Incomprehensible)는 것인데 이는 오늘날 리더가 직면하고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리더십 위기의 원인을 보다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역할모델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소위 말해 닮고 싶은 리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사회 전반에 걸쳐 리더가 되기 싫다거나 이를 회피하려고 하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을 자연스럽게 유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의 부재와도 관련이 있다. 물론 리더십 개발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교육이 있지만 파편적이다.
그래서 리더십에 대한 지식과 기술은 넘쳐나지만 정작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을 눈과 귀로만 학습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리더십 교육에도 적용된다.
이와 같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고 관리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팔로워십의 측면에서도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한 균형을 맞춰보는 것이다. 조직에서는 한마디로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두루 갖춘 인재를 기대한다.
그러나 관심과 교육 그리고 투자는 두루 이루어지지 않는다. 리더십 개발에 비해 팔로워십 개발은 미미하다. 이러한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불균형이 리더십 위기를 자초한 면도 있다. 따라서 리더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팔로워십에 대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은 필수불가결하다.
다음으로는 조직 내에서 리더와 팔로워 역할을 제도적으로 순환시켜 보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리더의 역할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도 포함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정기적으로 역할을 바꿔주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과정 속에 노출되는 경우라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고 입체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리더에 대한 역할모델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아울러 팔로워십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직 내 팔로워를 부하직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리더의 파트너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팔로워가 없는 리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리더와 함께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로워십을 리더십의 첫 번째 형태라고 표현하며 팔로워를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교육과 제도 등의 변화와 병행된다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리더는 팔로워 위에 군림하거나 권위적으로 조직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리고 다양한 세대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팔로워들은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동기유발 요소가 다르다. 그동안 접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고 변화의 속도도 이전에 비해 빨라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리더십의 위기를 리더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오히려 팔로워들에게 시선을 돌려볼 필요가 있고 이들을 미래의 리더로 육성시켜나가야 한다. 당연히 한 번에 이루어질 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기대조차 할 수 없다. 현실에 있어서도 막연히 좋은 리더를 만나기를 기원하는 것보다 좋은 리더를 만들고 좋은 리더가 되는 과정을 지원하는 편이 보다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지금의 팔로워라고 할 수 있다.